미국 국채 금리가 3% 수준을 넘나드는 가운데 신흥국 내 투자 자금의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호조세를 유지해온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흥국으로 유입될 자본 규모 전망을 1조 220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에서 430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1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5월 4일까지 신흥국 채권 투자액 가운데 벌써 66억 달러(약 7조 422억원)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시장 혼란이 빚어졌을 때 유출됐던 자금 수준을 웃도는 것이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12일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자금 유출 사태에 대해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자산 운용 면에서 매력이 높아진 미국에 투자 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대로 상승했던 4월 말부터 신흥국 투자금의 유출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현재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97% 수준으로 조정된 상태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가운데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올해 신흥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의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서 통화 방어에 쫓기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이 20% 이상 하락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40%로 인상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은 달러당 23페소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터키도 4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리라 환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각국 통화 약세는 달러 표시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을 가속화하는 만큼 통화 방어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를 되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지통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신흥국 혼란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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