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살얼음판 걷는 동안 中, 북한에 대규모 경협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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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8-05-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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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참관단 IT·농업·사회간접시설 등 시찰... 中 통한 경제건설 구상하는 듯

  • 中 이번 참관단 방중으로 북·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중재자' 역할 과시

  • 중국 전문가 "우여곡절이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예정대로 열릴 것"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북한 고위급 참관단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북한 노동당 박태성 부위원장이 이끈 북한 고위급 참관단은 지난 1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노동당 참관단이 1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북한이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하고, 다음달 12일로 예정돤 북·미 정상회담까지 재고할 수 있다고 미국을 상대로 위협한 가운데 북·중 간 교류와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태성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참관단은 지난 14일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조선중앙통신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중국의 관영 매체는 이들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접견한 사실을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박 부위원장은 시 주석과 만나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배우는 것이 이번 방중의 목표”라며 이번 방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김 위원장도 중국식 개혁개방에 적극 나설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참관단은 방중 기간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촌 과학원 문헌정보중심, 농업과학원 문헌정보중심과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 등을 둘러봤다. IT 등 과학기술과 농업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찾은 것은 향후 중국횡단철도(TCR) 등 인프라 재건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중국은 북·중 협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으며 양국이 당과 국가 건설에서의 경험을 교류하고 단결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 북·미 대화 추진,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한 경제발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번 북한 참관단 방중으로 우호적인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한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날을 세우고 있는 북한과 미국 간 중재자 역할도 자청하고 있는 셈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추진 중이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돼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연합뉴스는 17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 참관단에게 농업∙교육∙과학기술∙인문 등 분야의 교류협력 강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양국 고위급 회담을 활성화하고 당과 국가를 함께 이끄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대규모 북한 참관단의 방중은 향후 대북제재 완화 등을 대비해 대규모 경협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며 "도로·철도 등을 건설하는 부분에 대해 북∙중 간 이해관계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언론 및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를 두둔하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제시했다. 정지융(鄭繼永) 중국 푸단(復旦)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소셜미디어(SNS)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하는 등 최대한의 양보를 보여왔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북한에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을 적용할 의향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미국 입장만 생각하고 북한에는 전혀 좋을 것이 없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양측 간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여곡절이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

정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이 한 걸음 양보하면 미국도 한 걸음 양보하며 장기적 청사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며 “이는 중국이 줄곧 주장해온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맥락”이라고 언급,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최선책을 ‘쌍중단’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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