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새들도 쉬어간다는 최서단의 아늑한 섬, 격렬비열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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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태안=기수정 기자
입력 201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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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가 열 맞춰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

  • 농어·가리비·옥돔 등 어류 풍부…허가 받으면 낚시도 가능

격렬비열도 전체를 드론으로 찍은 사진 [기수정 기자]


대한민국 최동단에 '독도'가 있다면, 최서단엔 이 섬이 있다. 바로 충남 태안에 위치한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다.

하지만 격렬비열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섬의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은 그저 '격렬하거나, 비열하거나?'라며 우스갯소리만을 던질 뿐이다. 
 

격렬비열도 전체를 드론으로 찍은 사진 [사진=기수정 기자]


멀리서 보면 기러기가 열 맞춰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격렬비열도는 등대섬인 북격렬비도, 무인도인 동격렬비도·서격렬비도로 이뤄졌다. 섬마다 약 1.8km 간격이다. 

태안반도 끝자락인 관장곶에서 서해로 55km 떨어진 섬······. 새들도 쉬어간다는 서쪽 끝 삼형제, 격렬비열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7000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산섬'이다. 
 

등대섬인 북격렬비도 [사진=기수정 기자]


북격렬비도와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는 최고봉(정상)만 놓고 보면 구릉지(동격렬비도 133m, 서격렬비도 85m, 북격렬비도 101m)지만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평지가 거의 없다.

격렬비열도에 닿을 수 있는 정기 배편은 물론, 접안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개펄이 넓고 수심이 얕은 탓이다.
 

태안군 행정선을 타고 북격렬비도로 향하는 사람들 [사진=기수정 기자]


현재 낚시꾼들이 허가를 받아 격렬비열도 근처에서 낚시할 순 있지만 격렬비열도 입도(入島)는 허가받지 못한다. 입도를 원하면 해양경찰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일반인에게 허가를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섬에 가려면 배를 통째로 빌려야 한다. 15명이 타는 낚싯배를 빌리려면 비용만 약 150~200만원에 달한다.
 

무인도인 동격렬비도 [사진=기수정 기자]


신진항에서 행정선을 타고 달리기를 두 시간 반, 섬 앞에서 작은 모터보트로 갈아탄 후 다시 5분을 달리니 드디어 북격렬비도가 주상절리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북격렬비도는 유인도다. 국가 소유라 등대와 기상관측소가 있다. 대산지방수산해양청 직원 4명이 2명씩 15일간 교대근무를 한다.
 

북격렬비도에서 만날 수 있는 주상절리. 괭이갈매기의 보금자리다. [사진=기수정 기자]


현행 국제법에 따르면 섬이더라도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면 바위로 취급돼 영토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여 2015년 7월부터 2인 1조로 구성된 등대지기가 거주하며 섬을 지키고 있다. 믿음직한 진돗개인 '격렬이'도 섬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격렬비열도는 예로부터 '황금어장'이었다. 중국에서 격렬비열도를 거쳐 태안으로 이어지는 항로는 송나라 때부터 무역항로였고, 중국 사신들도 이 뱃길을 따라 조선을 오갔다고 한다. 

격렬비열도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260km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농어, 광어, 가리비 옥돔 등이 풍부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잦고 몇 해 전에는 중국인이 격렬비열도의 무인도를 매입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영해임을 알리는 ‘영해기점’ 표시 시설물을 설치했다. ‘영해기점(Terrestrial Sea Base Point)’은 대한민국 관할 해역의 확정 기점을 뜻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주상절리는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박새 등 다양한 종류의 텃새와 철새의 훌륭한 쉼터이자 보금자리가 돼준다.

북격렬비도는 빨간 동백꽃과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 군락지이기도 하다. 여느 섬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신비한 '꽃섬'이다.
 

유인도 북격렬비도. 길게 늘어선 동백터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기수정 기자]

저 멀리 보이는 동격렬비도[사진=기수정 기자]

운이 좋게 북격렬비도를 방문한 사람들. 수려한 풍광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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