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세 성인여자(A씨)입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인지 현재도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립을 하지 못했습니요. 능력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연애도 제대로 해본 적 없어요. 저 자신도 저를 사랑할 수 없으니 자존감이 낮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뿐입니다.
요즘은 저의 이러한 현실이 모두 어릴 때 저를 버린 친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친어머니는 제가 세 살 무렵 친부와 이혼을 하였고 그 이후 저를 단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습니다. 양육비조차 지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야 하지 않나요. 아빠는 바람둥이에 무능력한 사람이고,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아들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손녀인 저에 대한 사랑은 없었습니다. 아빠고 할머니고 재산은커녕 빚만 있는 상태이구요. 친어머니를 찾아서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친어머니를 찾아서 양육비를 받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데 친어머니가 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친모를 찾아서 과거 양육비소송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양육을 이행한 사람(이 사건의 할머니 또는 친부)이 원고가 되어야 합니다. 이혼 당시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승소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신 과거의 양육비를 한꺼번에 청구하는 경우에는 일시에 거액을 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법원이 양육비를 월별로 분할로 받는 경우보다는 감액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아빠와 할머니가 빚만 있는 상태라고 하셨는데, 아빠와 할머니가 추후 돌아가시게 될 때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황이라면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할 수도 있고(상속포기), 상속인이 상속에 의하여 얻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할 수도 있어(한정승인), 그러한 빚이 A씨에게 승계되지 않게 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친어머니가 부양료 청구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시는가 봅니다. A씨는 3살 때 친부와 이혼 후 떠난 친모가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부양료 청구를 할까 싶습니다만 이론적으로 말씀드리면 A씨는 친모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①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간 ② 기타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974조). 일단, 이 조문만 놓고 보면 어머니는 직계혈족이니까 자식은 법률적인 부양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년의 자와 부모간의 부양의무는 부모의 미성숙자녀에 대한 부양 및 부부간의 부양인 1차적 부양의무가 아니라 2차적 부양의무에 해당합니다. 1차적 부양의무란 부양능력이 부족해도 부족한 범위 내에서 부양해야 하지만(소위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관계), 2차적 부양의무는 스스로 부양능력이 없는 요부양자에 대해 부양의 여력이 있는 자가 부양의무자가 되며, 자기를 희생하지 않고 여력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질문에서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지 못하셨다고 하였으니 2차 부양의무능력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친모가 부양료청구소송을 해온다면 부양능력이 없음을 주장하면 될 것이고, 실제 부양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육을 안 한 부모가 부양료 청구를 할 경우 법원이 인정하는 부양료는 많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자인 자녀의 경제적인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은 10만~20만원 정도의 부양료를 정합니다.
반대로 A씨가 직접 원고가 되어 친모를 상대로 부양료지급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A씨가 스스로 부양능력이 없고, 친모가 여력이 있다면 친모가 부양의무를 질 수도 있겠지요. 다만 과거양육비를 인정되는 것과는 달리 부양료의 경우 소멸시효가 3년이어서 일반적으로 과거의 부양료에 관하여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행지체에 빠진 사정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또는 부양의무의 성질이나 형평의 관념상 이를 허용해야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정식 이행청구 전의 과거 부양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부양료에 대해서는 지급청구가 원칙입니다. 친모에 대한 상속권도 인정됩니다.
자녀가 어릴 때 이혼을 하고 한 번도 찾지 않은 부모를 꼭 만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A씨가 친모에 대한 그리움 또는 원망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라면 지금이라도 어머니를 한 번 만나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소송을 제기하신다면 자연스레 현재 친모의 주소를 알 수도 있고, 친모도 사실은 평생 A씨가를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며 평탄치 못한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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