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회담 무산, 의제 조율 실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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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5-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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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조만간 대화 재개할 것"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 참석한 문정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북·미 정상회담 무산은 "북한과 미국이 의제 조율과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학술토론회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취소의) 표면적 이유를 북한의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라고 했지만, 의제 조율이 잘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북측과 충분한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실패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봤을 것이고, 실패하면 국내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좀 갖자'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회담 전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과 북한 모두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닌가. 회담을 앞두고 기 싸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잘못된 언술을 교환하면서 사태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면서 당초 약속과 달리 전문가 없이 언론인만을 초청한 데 대해 미국이 의구심을 제기한 것도 이번 사태에 한몫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되는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문 교수는 전망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장을 자발적·선제적으로 폐기한 것을 근거로 "맥락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담 무산이) 돌발적인 사태로 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향후 행동에 대해서도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보더라도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어떻게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의 방미로 북한 비핵화에 적용할 '트럼프 모델'의 윤곽이 잡혔다고 분석했고, '코리아 패싱'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일괄 타결, 선(先)폐기 후(後)보상'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점진적·동시적 접근'으로 바뀐 만큼,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됐더라도 양 정상의 만남은 의미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금 당장 좌절은 있지만 문 대통령이 판을 살리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화해와 협력,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인내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이 힘을 실어주자. 그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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