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에서 탄생한 지명···양귀비와 온천의 도시 '아피온'

아피온 시내 어느곳에서든 볼 수 있는 아피온 성. 우뚝 솟은 바위산, 그 위에 지어진 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
인천국제공항에서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까지 꼬박 11시간 비행 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퀴타히아 공항까지 다시 날아가서 차량으로 2~30분을 이동해야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아피온은 양귀비 최대 재배지가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잘 아는 '아편'이란 말에서 변형돼 아피온이 탄생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었다.

오른손은 하늘, 왼손은 땅으로 향하게 해 돌면서 춤을 추는 수도승의 모습을 재현한 동상. 그 뒤에는 아피온 성이 보인다. [사진=기수정 기자]
맑은 날, 고운 자태로 유혹하는 아름다운 꽃의 이름은 '양귀비'다. 터키 최대의 양귀비 재배지답게 초록빛 밀밭 주변에 양귀비의 향연이 펼쳐진다. 양귀비는 5~6월이면 꽃이 만개해 화려함이 절정을 이룬다.

양귀비밭. 흰색 양귀비꽃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사진=기수정 기자]
양귀비는 식용 목적으로도 쓰인다. 7~8월 열매가 영글면 이를 활용해 터키 대표 간식인 로쿰(lokum·젤리 같은 형태의 터키 디저트) 등을 만든다.
아피온은 온천의 도시이기도 하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온천수로 명성을 얻으면서 유럽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꽤 늘었다고 한다.

아피온 지역에 있는 호텔은 모두 온천호텔이다. 수영장 물까지 온천수다. [사진=기수정 기자]
시설도 꽤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시설 좋은 곳에서 수질 좋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앉아 소박한 자연을 만끽하고 있으니 '힐링' 그 자체였다.
하맘(Hamam·터키 공중목욕탕)도 모든 호텔에서 만날 수 있었다. 뜨끈뜨끈한 대리석에 몸을 누워 잠시 있으면 직원이 와서 스크러브나 마사지를 해준다. 우리나라 때밀이 문화와 흡사해 거부감이 없다.
한화로 5만원 미만 가격에 수준 높은 마사지를 받을 수 있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반나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피온 시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피온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바위산, 그리고 그 위 비잔틴 시대의 성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피온 성을 비롯해 아담한 규모의 아피온 전통시장, 데비쉬(세마)라고 불리는 수도승이 신과 통하기 위해 췄던 춤을 재현해놓은 동상 등 둘러볼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바람 타고 전해지는 장미꽃 내음에 취하다···'이스파르타'

이스마일 에펜디가 1888년 불가리아에서 장미 씨를 지팡이와 신발에 몰래 숨겨 이곳 이스파르타로 들여왔다.[사진=기수정 기자]
아피온이 양귀비와 온천의 도시였다면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다. 이스마일 에펜디가 1888년 불가리아에서 장미 씨를 지팡이와 신발에 몰래 숨겨 이곳 이스파르타로 들어오면서 장미 도시로서의 역사는 시작됐다. 터키판 문익점인 셈이다.

이른 아침, 장미꽃잎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사진=기수정 기자]
매년 5~6월에 장미를 수확한다고 해서 장미밭을 찾았다. 이른 새벽 안개 자욱한 장미밭에는 차가운 이슬 머금은 백만 송이 장미가 은은한 향내를 풍기는 곳으로 분위기가 참으로 오묘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곳곳에는 꽃잎 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해가 올라오고 꽃이 활짝 피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반드시 이른 시간 작업을 끝내야 한단다.

장미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기수정 기자]
장미밭뿐 아니라 이스파르타 어느 곳을 가도 형형색색 화려한 장미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핑크빛 장미가 바다처럼 펼쳐진 이곳, 과연 장미의 도시다웠다.
이스파르타에서 동쪽으로 30㎞가량 달리다 보면 호수가 하나 나온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치 거대한 그것의 이름은 '에이르디르 호수'다.
장미 재배지 면적에 대해 들었을 때도 적잖이 놀랐는데, 이번에는 그의 두 배가량 되는 517㎢란다. 여의도 면적의 약 6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에이르디르 호수[사진=기수정 기자]
호수를 벗 삼아 굽이굽이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전망대와 카페가 등장한다. 맑은 하늘과 코발트 빛 호수, 붉은 지붕이 오밀조밀 들어찬 마을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지난 5월 11일까지 이스파르타에서는 터키 최대 장미 축제가 펼쳐져 낭만을 더했다.
각 지역 대표 의상을 한껏 차려입은 이들이 퍼레이드를 즐겼고 동원된 소방관은 공중에서 장미꽃잎을 흩날리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보랏빛의 향 짙은 라벤더가 여행객을 유혹할 예정이라니, 기회가 되면 반드시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다짐해본다.

이스파르타에서는 다양한 색의 장미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

에이르디르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여성들[사진=기수정 기자]

아피온에는 최대 규모의 양귀비 재배지가 있다. 물론 정부의 철저한 감독 하에 관리된다.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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