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최대 경쟁사가 됐다. 중국에는 아이치이가 버티고 있고 한국에는 왓챠가 친숙함을 내세워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다.
1. 비디오 연체료에서 시작된 넷플릭스
직접 대여점에 방문해 반납하는 것도 귀찮은데 연체료까지 내는 상황이 억울했던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를 차린다. 그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가까운 미래에 수많은 영상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손쉽게 보는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의 시작은 DVD 배송이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고 싶은 DVD를 선택하면 배송된다. 반납일에는 배송기사가 다시 찾아온다. 이 시스템은 2007년에서야 스트리밍 서비스로 발전한다. 처음부터 기술로 대결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인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첫째는 이용자에게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 시스템을 만들고, 이용자 취향을 분석하는 IT 사업이다. 둘째는 흥행할 콘텐츠를 찾아 투자하는 제작 사업이다"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기술과 콘텐츠를 제대로 가지고 노는 기업이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 보여주는 예다. 기술적으로 끊김 없는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인터넷 환경에서도 끊어지지 않으며, 데이터를 더 적게 사용하면서 고화질 영상이 전송되도록 한다. 콘텐츠에는 한해 약 6조원을 쏟아붓는다. '하우스오브카드', '옥자', '기묘한 이야기' 등 자체 콘텐츠가 투자의 산물이다.
지난 24일 넷플릭스 시각총액은 1530억달러(약 164조 7810억원)를 기록했다. 콘텐츠의 절대 강자 디즈니를 제치고 미디어 분야 1위로 올라섰다. 기업합병에 인색한 애플이지만, 넷플릭스 인수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제 세계 190개국에서 1억2500만명(2018년 1분기 기준)이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중국과 북한은 아직 가지 못한 땅이다. 중국의 콘텐츠 만리장성은 넷플릭스에게도 높은 걸까?
2. 한류가 살려낸 아이치이
중국 검색엔진 회사 바이두의 자회사인 아이치이는 중국판 넷플릭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글로벌 IT업계는 '대륙'이나 '중국'이 앞에 붙으면 긴장부터 한다. 샤오미와 텐센트, 알리바바 모두 중국의 무역장벽 아래에 선도기업을 모방해 턱밑까지 추격했다.
2010년 설립된 아이치이는 후발주자였지만, 3월 말 기준 유료가입자수 6천만명을 넘었다. 월 순수 이용자수(MAU)는 약 5억명으로 넷플릭스보다 높다.
궁위(龔宇) 아이치이 창업자 겸 CEO는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위대한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콘텐츠가 유세를 떠는 중국시장에서 궁위의 도전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초반 아이치이는 고전했다.
아이치이가 빛을 본 건 2013년이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공급하면서부터다. 아이치이는 한국과 같은 시간에 실시간 송출했다. 25억 조회수를 기록했다. 놀라운 성과였다. 아이치이는 한류를 적극적으로 들여온다. 후에 태양의 후예를 독점 공급하고 한국 예능프로그램도 들어왔다.
아이치이는 또다시 차별화를 꾀한다. 쇼핑몰을 운영하고 콘텐츠 굿즈를 직접 제작 및 판매하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에 나온 송혜교의 옷이나 인형 등 굿즈를 아이치이에서 바로 살 수 있다. 한국에 없는 한류 굿즈가 아이치이 쇼핑몰에는 수두룩하게 있다. 커머스 영역도 넘본 것이다.
중심은 여전히 콘텐츠다. 아이치이가 보유한 콘텐츠는 7만여 편이며 자체 콘텐츠 제작도 힘을 쓰고 있다. 쇼미더머니와 같은 중국유희합같은 한국 예능과 비슷한 자체 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미국 드라마 벤치마킹해 빠르고 짧은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지난 11일에는 광동성에 실제 극장을 개장했다. '유커극장(Yuker劇場)'이란 이름으로 2인에서 10인석 규모의 작은 상영관이 여러 개 구성된 극장은 아이치이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아이치이는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에 나스닥에 상장해 22억5천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치이는 이 자금을 콘텐츠 개발 및 기업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3. 추천은 위대하다! 왓챠플레이
"두 시간짜리 영화 보려고 한 시간 동안 찾아 헤매는 게 너무 짜증 난다"
이 불만이 왓챠의 시작이다. 2012년 왓챠는 영화 추천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용자가 자신이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소개하는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다. 앞서 설명한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와 공통점은 기술이 뒷받침해준다는 것이다.
추천 서비스는 단순하지만, 쉬운 기술은 아니다. 이질감 없이 자신이 원하는 걸 제대로 추천하려면 촘촘한 알고리즘이 필수다. 그래야 왜곡 없는 추천이 이뤄진다. 왓챠를 만든 박태훈 대표도 개발자 출신으로 IT덕후로 유명하다.
왓챠의 말을 그대로 빌려 이야기하자면 '무섭도록 정확한 추천엔진'이 왓챠에 들어있다. 왓챠가 이용자에게 모은 평점은 약 3억개가 넘는다. 네이버 전체 영화 평점이 90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무지막지한 수치다.
차곡차곡 모은 왓챠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6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플레이가 나온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용자가 보는 첫 화면은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다. 왓챠는 이용자의 72.7%가 검색이 아닌 추천된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밝혔다. 왓챠플레이는 그만큼 이용자 취향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다. 잘 아는 만큼 이용자가 좋아하는 영화를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보유할 수 있다. 왓챠플레이 누적 가입자수는 64만명(2016년 말 기준)이고 총 누적시청 시간은 4353년(2018년 5월 기준)이다. 약 3만편의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왓챠는 "추천엔진이 정확해 국내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대로 추천해준다"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별점이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왓챠에 도서 영역도 추가돼 평가·추천 서비스 확장력도 보여줬다.
엄연한 숙제도 있다. 자체 콘텐츠 생산과 해외시장 진출이다.
넷플릭스와 아이치이 모두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에 이용자 데이터는 소중한 자산이다. 취향을 미리 파악하면 콘텐츠 생산에 상당한 장점이 있다. 진정한 콘텐츠 기업으로 올라서는 필수과정이다.
왓챠는 "자체 콘텐츠 생산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월트 디즈니, 소니 픽처스, 폭스 네트워크 그룹 등의 제휴로 매주 5백여편가량의 콘텐츠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스트리밍은 장소와 시간 상관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술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진출하고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생산해 콘텐츠 양과 질을 올린다. 아이치이도 나스닥 상장으로 해외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왓챠는 2015년 일본에 정식 진출하고 영화와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 평점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곧 영어판도 공개할 예정이다. 왓챠플레이 이 역시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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