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만난 한 건설업체 대표는 북한 건설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북한은 석회석 매장량은 많지만 현재 가동 중인 시멘트공장은 2곳뿐”이라며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건설업체뿐 아니라 건자재 업체도 일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남북경협사업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건설사는 물론이고 남북경협과 관련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북한시장 개방을 기대하며 뛰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사내에 북한TF팀을 출범시키며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최근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가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북한발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
부동산시장은 벌써 반응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민간인통제지역(민통선) 땅에 대한 투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민통선 내부 땅은 매물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통선 지역 땅의 거래가 활발해졌는데, 최근엔 매물이 없을 정도여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3㎡당 10만원 선에 거래되던 땅이 최근 2년 새 두배 가까이 올랐고 일부지역은 3~4배까지 올랐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남북 접경지역뿐 아니라 남한 기업이 참여하는 북한지역 개발사업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연결과 도로 건설은 물론 도심 주택건설과 신도시 건설까지 남북경협이 확대될 수 있다. 북한은 무상분배와 낮은 임대료를 기초로 한 배급제 형식의 주택공급정책을 원칙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1990년 경제난 이후 국가가 정상적으로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민간주도 방식의 주택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는 최근 중국자본이 참여하는 주택건설이 많다고 한다. 2012년 이후 신의주에 건설된 고층아파트에는 대부분 중국자본이 참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자본이 북한 합자회사에 철강, 시멘트 등 자재를 제공해 분양과 동시에 이윤을 나누어 갖는 방식이다.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75% 수준에 불과해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북한 건설시장 개방과 우리 기업들의 참여에는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개성공단에서 보았듯이 투자와 인력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국유화되어 있는 부동산 소유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통일독일의 경우 몰수재산을 원소유자에게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가 반환소송이 폭주하자 원소유자에게 보상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북한지역에서 건설사업을 진행하려면 소유권과 이용권 등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남북교류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대북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북한 건설시장 개방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우리 건설사들이 북한 곳곳에 도로와 아파트, 공장을 건설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남과 북의 새로운 도약과 통일로 이어지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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