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라….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인생영화’를 꼽는다면 그건 아마 박찬욱 감독님의 최신작이 될 거예요. 그것이 무엇이든 박찬욱 감독님이 내놓는 ‘새로운’ 작품이요.”
‘인생, 극장’ 코너를 진행하며 처음 겪는 일이었다. 가장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영화가 아직 ‘미정’이라니. 그것도 한 감독이 매번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경신된다니. 너무 낯선 답변에 의아함을 드러내자 이해영 감독은 차근차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주는 영감에 관해 설명했다.
“왜 ‘아가씨’라고 하지 않느냐면, 박찬욱 감독님은 분명 또 그 작품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분의 최신작은 제게 늘 최고작이거든요. 늘 저를 설레게 하고 배우게 하고 지향하게 만들어요.”
여자가 되고 싶은 씨름부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점잖은 동네에서 각자의 섹시 판타지를 사수하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페스티벌’, 경성의 한 기숙학교에 얽힌 미스터리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전쟁 ‘독전’에 이르기까지. 이해영 감독은 탄탄한 드라마, 유려한 미장센,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디테일을 선보여왔다. 그런 그에게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언제나 롤모델이었다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의 기쁨 중 하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직접 보고 또 잘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거리에 제가 있다는 것도 영광이죠.”
박찬욱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이해영 감독. 그에게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최고인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님은 자신의 취향을 영화로, 영화라는 거대한 규모를 본인의 취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멋지죠. 제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든 시작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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