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는 없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의 목소리에선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재택근무로 논란이 일었던 탓일까. 그의 얼굴 한편에선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흔적도 느껴졌다.
논란의 발단은 재택근무였다. 하지만 본질은 그 이면에 있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송 부회장과 경총 내부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친(親) 노동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송 부회장과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의 불편한 동거는 어쩌면 결말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송 부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여러 잡음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낸 경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경총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임명 과정에선 여권 실세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한 경총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면서 "친 노동계 성향이라고 해도 극단적인 분이 아니었고 기본적으론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과 맞춰 갈 수 있는 인물로 생각했었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를 아쉬워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두고 산업계와 노동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송 부회장과 경총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경총은 송 부회장 주도로 관련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하기로 양대 노총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손잡은 듯한 모양새에 재계는 질타를 쏟아냈다.
결국 경총은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송 부회장은 이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회장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시점도 이쯤이다. 이후 경총은 송 부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조취를 취하며 자진 사퇴 압박에 들어갔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출근을 이어가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경총 회장단은 법적 효력이 있는 임시이사회를 소집, 송 부회장을 경질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송 부회장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나든 송 부회장과 경총 모두 상당한 명예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누군가 자기 가족을 대놓고 욕한다면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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