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윤봉길 탄생 110주년…충남 예산에서 찾은 고매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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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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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계몽운동 앞장…문맹 퇴치, 민족의식 고취

  • 독립운동 중 25세로 짧은 생 마감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윤봉길 생가(광현당). [사진=노경조 기자]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은 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가 태어난 달이다. 올해로 탄생 110주년을 맞았다.

일제에 맞서 만 24살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윤봉길 의사는 1908년 6월 21일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서 태어났다.

윤 의사는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만주로 떠나기 전인 1930년 초까지 살았다. 특히 농민계몽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야학당을 개설, 한글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와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다.

지난 20일 찾은 그의 사적지는 이처럼 고매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방문객들로 붐볐다. 이들은 윤 의사의 생가와 위패를 모신 충의사(忠義祠), 기념관까지 두루 살피며 그의 독립혼을 애도했다.

생가인 '광현당(光顯堂)'과 주로 생활한 '저한당(狙韓堂)'은 우거진 녹음 속에 자리했고, 초가지붕은 정갈했다. 내부는 깔끔하게 보존돼 옛 정취가 느껴졌다. 이 중 광현당은 도중도(島中島)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한반도 가운데 섬이란 뜻. 사방에 냇물이 흐르고 있는 형상에서 비롯됐다. 일본이 범접할 수 없는 곳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윤 의사는 1930년 망명 도중 일본 경찰에게 발각돼 45일간 옥살이를 했다. 그가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난 것은 이듬해였다. 이후 한인애국단에 가입해 거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1932년 4월 29일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일이 일어났다. 윤 의사가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열린 일왕 탄생 기념행사에서 물통형 폭탄을 던진 것. 그는 현장에서 즉시 일본군에게 체포됐으며, 가혹한 고문을 견디다 그해 12월 눈을 감았다.
 

윤봉길 의사의 망명, 수감호송, 유해송환 위치를 나타낸 지도판. [사진=노경조 기자]


그의 망명길과 수감호송, 유해송환 동선은 기념관에 설치된 '님의 발자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기념관에는 윤 의사가 농민운동의 일환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모습의 조형물뿐만 아니라 위친계취지서(爲親契趣旨書, 윤봉길 의사가 부모의 상사 등을 위해 조직한 위친계의 취지서)와 같은 보물이 자리했다.

하지만 윤봉길 의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불완전한 상태다. 과거 정부가 그의 생가 등을 보수할 때 저한당 앞의 '돈 축사'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돈 축사는 말 그대로 돼지를 기르던 곳이다. 윤 의사는 가난한 농민에게 자비로 돼지를 사주고 기르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다른 농민에게 나눠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축산을 장려했다.

이에 윤봉길 의사의 친조카인 윤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매헌의 돈 축사를 즉시 복원하라"고 주장했다.

도중도의 모정(茅亭) 복원도 촉구했다. 윤 부회장은 "윤 의사는 모정에서 신심을 수양하고, 농민계몽을 통한 구국을 구상했다"며 "모정이 상해 의거의 근간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의사 어머니 기념비도 건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 등 다른 독립운동가의 어머니들이 재조명된 사례를 들었다.

윤 부회장은 "김원상 여사는 3·1운동이 일어나자 당시 덕산공립보통학교 2학년이던 윤 의사를 자퇴시키고 일제 식민교육을 배격했다"며 "김원상 여사의 숭고한 정신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봉길 의사의 위패가 봉안된 충의사 내부 모습. [사진=노경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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