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막기 위해 시행된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규제 시행 첫해만 '반짝' 효과를 냈을 뿐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일가는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어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내부거래실태 변화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익편취 규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4년 159개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는 7조9000억원(11.4%) 수준이었다. 이후 지난해 203개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14조원로 늘었으며 내부거래비중 역시 14.1%로 상승했다.
규제 시행 전인 2013년 12조4000억원에 달했던 내부거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규제 시행 첫해와 비교해 내부거래 규모가 77.2%나 늘었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56개 회사의 경우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3조4000억원(11.6%)에서 지난해 6조9000억원(14.6%)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일가는 규제대상 기업이 아닌, 사각지대 회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며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각지대 회사로 구분되는 ‘총수일가 지분율 29~30% 상장사’의 경우, 2014년 내부거래가 3조3000억원(내부거래 비중 15.7%)이었으며 지난해 역시 3조2000억원(21.5%)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비규제대상인 ‘총수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의 경우에도 2014년 5조8000억원(5.3%)에서 2017년에는 6조5000억원(7.1%) 수준으로 내부거래가 늘었다. 이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이유는 전체 매출액의 과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수 업체의 내부거래 비중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 이외 상당수 기업의 내부거래비중을 보더라도 2016년 12.4%, 2017년 10.5% 등으로 높게 조사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 구간이 동일한 비상장사와 비교시 규제도입 당시에는 비상장사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낮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유사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규제 도입 이후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8개 회사의 경우, 2014~2017년 내부거래비중이 20%대 후반을 이어왔다. 이는 규제 도입 이전인 2013년 15.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들 8개 회사는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자동차) △SK디앤디 △에이앤티에스(SK) △싸이버스카이(한진) △영풍문고(영풍) 등이다.
사각지대에 속한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모회사 지분율 50% 초과)의 내부거래는 규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시행 이전인 2013년 12조4000억원(내부거래 비중 15.7%)의 내부거래 규모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인 12조8000억원(내부거래 비중 15.1%) 규모 수준을 유지한 상태였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사익편취 규제 시행 전후 지분 매각, 비상장 회사 상장 등으로 규제를 회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 기업은 규제 시행 직후 계열사에 지분 6.99%를 처분해 규제대상에서 제외됐으며, B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율 100%로 설립된 후, 규제 전후 기간에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 및 상장을 통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총수일가에 대한 감시·통제장치가 상대적으로 강화돼 규제기준이 완화된 상장사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찾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2016년 여야의원들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의 기준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회사 일감을 몰아줘서 자회사 매출이 늘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의 가치 역시 높아지고 그 만큼 총수일가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다음달 초 기업집단분과위원회 토론회에서 발표되고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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