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의 꿈이 물거품 됐다. 경기 종료 직전 순간의 방심이 부른 참사였다. 승부를 가른 건 단 ‘10초’였다.
일본은 3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와 16강전에서 후반에 2골을 먼저 넣으며 승기를 잡았으나 이후 허무하게 3골을 허용하며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일본은 ‘우승후보’로 꼽힌 벨기에를 상대로 효과적인 전술을 펼쳤다.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역습 전개로 벨기에의 골문을 위협했다. 벨기에의 일방적인 공세를 막아낸 일본은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초반 하라구치 겐키와 이누이 타카시의 연속 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앞섰다.
벨기에는 절망적이었다. 남은 시간 3골을 만회하기엔 벅찼다. 일본의 8강행 기운이 맴돌았다. 하지만 벨기에의 반격이 강렬했다. 벨기에는 후반 24분 얀 베르통헌의 헤딩슛이 행운의 골로 연결되며 한 골을 만회해 추격에 나선 뒤 29분 교체 투입된 마루앙 펠라이니의 헤딩 골이 터지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공방전을 벌인 양 팀은 전‧후반 90분이 지난 추가시간 4분에 희비가 엇갈렸다.
일본의 코너킥이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손에 잡혔다. 일본을 망연자실하게 만든 대역전 드라마의 역습 시작점이다.
후반 48분 34초. 쿠르투아는 역습을 위해 동료를 찾다 중앙에 있는 케빈 데브라이너를 발견하고 공을 빠르게 굴렸다. 데브라이너는 그대로 드리블을 치고 일본 진영까지 넘어갔다. 데브라이너는 오른쪽 측면의 토마스 뫼니에에게 열어줬고, 뫼니에는 문전으로 다시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연결했다. 중앙을 쇄도하던 로멜로 루카쿠는 패스 길을 열었고, 뒤에서 쇄도하던 나세르 샤들리가 그대로 골문으로 밀어 넣어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샤들리의 왼발을 떠난 공이 일본 골문을 지난 순간은 후반 48분44초. 단 10초 만에 이뤄진 벨기에의 엄청난 역습이었다. 벨기에가 골키퍼 쿠르투아를 시작으로 데브라이너와 뫼니에를 거쳐 샤들의 ‘극장골’까지 연결하는 동안 이뤄진 패스는 세 번이면 충분했다.
일본은 추가시간 1분을 남기고 얻어낸 코너킥 상황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까. 추가시간 30초를 남기고 연장전을 머릿속에 그린 방심이 만든 최악의 결과였다. 벨기에를 상대로 잘 싸운 일본은 결국 8강의 꿈을 접고 짐을 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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