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푸, "달라진 중국, 패권아닌 공동번영 원해...무역전쟁? 감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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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7-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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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 중국은 물론 미국도 타격...중국 그래도 높은 성장률 유지할 것

  • 패권추구? 자신의 기준에 따른 판단...중국은 함께 나누고 번영하기 원할 뿐

  • 개혁개방 40주년, 고속성장이 '중국식 성장모델'이 효과 제대로 입증해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가 3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주최 강연에서 중국 부상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고등교육재단]



"중국 공산당 주도의 개혁·개방은 일각의 '우려'속에서도 고속성장을 이끌었고 중국은 축적한 부를 세계와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를 향해 으름장을 놓으며 무역전쟁에 시동을 걸어온 미·중 양국이 6일 실제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전면전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 석학이자 최고지도자들의 자문역으로 활약해온 전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林毅夫)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패권추구 의혹과 고속성장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린 교수는 3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상당수 개도국이 전환의 과정에서 좌절을 겪었지만 중국은 정부주도의 개혁·개방으로 고속 성장을 이뤘고 패권 추구가 아닌 우리가 쌓은 부를 세계와 나누고자 한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국이 상당한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고 거대한 시장이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린 교수는 강연 내내 중국식 성장모델과 경제적 성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올해는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에 있어 중대한 의미가 있는, 개혁·개방 추진 40주년을 맞는 해라며 "과거 중국 경제의 90%가 세계 경제에서 소외되고 최빈국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이제는 세계 2대 경제체이자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고 밝혔다. 

고속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꼽았다. 소득성장을 위해는 노동생산성 증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새로운 산업,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이 필요한데 이미 일정수준 이상에 도달한 선진국과 비교할 때 중국은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해 높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낮은 중국은 기술을 모방하고 라이센싱하고 혹은 해당 기술을 자체 개발해보는 등 상대적으로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투입 대비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후발주자로의 강점이 있다며 향후 10년간 6.5%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속적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타격도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린 교수는 강연 후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의 대담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이 당연히 충격을 받겠지만 결국 미국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에 제품 구입할 수 밖에 없고 중국의 보복조치에 따른 부담 등이 더해져 미국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또, "일부 연구에서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p, 중국은 0.5%p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절대적 충격은 중국이 크지만 성장률이 6.5% 안팎임을 고려하면 무역전쟁이 시작돼도 6%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확신했다.

미국이 중국 '탓'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린 교수는 "미국이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관세공격에 나섰는데 중국 수출품 대부분은 노동집약적인 가공품으로 애초부터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또, 세계의 생산기지였던 동아시아가 발전하면서 생산공장이 점차 중국에 집중되고 이에 대중무역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이지 엄밀히 말해 중국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이에 따라 세계에서의 입지와 위상이 달라지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일부 국가가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힘을 얻어 다른 국가도 그런 야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린 교수는 "중국은 유교문화의 나라로 화합을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다른 국가를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달라진 영향력을 갖게 된 만큼 세계 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패권 추구가 아니라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잠재적 폭탄'으로 여겨지는 부채 리스크에 대해서는 통제가 충분히 가능하며 과거 한국같은 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린 교수는 "중국의 기업부채가 막대한 것은 사실이나 외화부채가 아닌 위안화 부채인데다 정부 보증 등이 있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내 기업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면서 '부채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가 증폭된 상태다.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과 중국식 성장모델이 성공했음도 거듭 강조했다.  

린 교수는 "개혁·개방 40년을 거치며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은 중국 정치제도가 통했다는 증거로 문제가 있었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무작정 선진국의 시장경제와 제도를 받아들인 개도국은 실패했지만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속에 서서히,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개도국 등 각국은 '자신만의 성장모델'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급부상한 중국의 '적극적인 정부와 점진적 시장경제 도입'이라는 기본틀을 참고해 일부 적용해 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중국의 고속성장'이 세계 시장에 시사점을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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