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교류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달린 만큼 단계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남한체제 내부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실장은 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문화교류의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비핵화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교류 협력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남북 문화교류 재개 및 활성화의 방향성에 대해선 "교류의 폭이 전면적이고 질적인 관계도 획기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서 6.15선언과 10.4성명의 내용을 인용해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관광'이나 '문화교류'는 자연스럽게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류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본격적인 준비가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박 연구실장은 "남북 문화교류는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지 않으면 극히 제한적인 방식의 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재 유지.완화.해지로 단계를 나눠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민간 교류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평화협력 프로세스에 맞춰 요구되는 사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영선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는 남북 문화교류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주체가 분명히 세워져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통일부가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인력 양성과 문화 자원의 체계적 관리 또한 당부했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남북 문화교류 사업을 벌이려는 태도는 경계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초기에는 국가 주도의 문화교류가 이뤄질텐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 이벤트만 생각하고 있다"며 "공공부문부터 업무 분담 등을 통해 소모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근호 문체부 과장은 "지금까지 남북 문화교류에 있어 통일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문체부 내 태스크포스팀(TFT)을 두고 있고, 부처 간 논의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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