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 해법을 두고 북·미간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청와대는 9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유리한 입지와 협상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샅바 싸움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면 위로 보이는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김 대변인은 "서로 누가 더 샅바를 깊숙이 안정적으로 유리하게 잡느냐는 '밀고 당기기'가 시작된 것"이라면서도 "양쪽 누구도 샅바를 풀어버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틀간 3시간·6시간, 도합 9시간의 회담이 진행되지 않았나. 그렇게 서로 양쪽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톡 까놓고, 의견을 개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서로 유리한 실무적 논의를 위해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3차 방북과 함께 진행된 북·미 고위급회담 이후, 양국은 회담 성과에 대해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한 반면,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 같은 비핵화 요구'만을 했다고 비난하는 등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는 8일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통해 북·미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또 김 대변인은 올해 내 종전선언 이행 여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제안을 한 문제"라면서 "북·미 간에 현재 보이는 것보다 큰 차이가 없다. 결국은 시기와 방식의 문제"라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종전협상을 비롯, 모든 문제가 서로 합의해가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고 본다"며 "드러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촉매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남·북 고위급접촉과 핫라인 가동 계획에 대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간 의사소통을 하는 중"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별도의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샅바 싸움'이라고 표현한 북·미간 주도권 다툼 기세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마치고,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이 8일(현지시간) '베트남의 기적'을 롤모델로 제시하는 등 북한과의 기 싸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현지 재계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베트남과 같은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베트남과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북한과도 같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추구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해왔다. 선택은 북한과 그 주민들에게 달려 있다"며 "그들이 이걸 한다면(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김 위원장은 한국인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꺼내든 대북 '최대 압박'에 이은 발언으로, 미국이 북한을 향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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