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성장 정체 유통업계…‘4인4색’ 여성CEO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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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이규진·이서우·박성준 기자
입력 2018-07-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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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부 9단’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섬세한 리더십’ 선우영 롭스 대표

  • ‘패션 베테랑‘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사회적 책임 실천’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일순, 선우영, 조주연, 정수정 대표 [사진=아주경제 DB]


업종 특성상 여성 임직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리더는 대부분 남성이었던 유통업계에 최근 여풍(女風)이 거세다. ‘유리 천장’을 뚫고 최고의 지위에 오른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 롯데 롭스의 선우영 대표, 이랜드월드 정수정 대표, 한국맥도날드 조주연 대표 등이 그들이다. 재계는 성장 침체기에 빠져든 유통업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들 4명의 여성CEO를 주목하고 있다. 각 업종에서 새로운 활로 찾기에 분주한 그들의 ‘4인4색’ 경영비전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사진=홈플러스 제공]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고객 감동이 생존전략”…홈플러스 체질 바꾼다 

지난해 10월 홈플러스 사장을 맡은 임일순 대표가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중 다소 소극적으로 운영해왔던 홈플러스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임일순 사장은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그룹(Exego Group) 등에서 재무업무를 맡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홈플러스에서도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 사장의 경영방침은 고객우선주의다.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주부의 마음을 담아 직접 쇼핑에서 겪는 불편함을 모조리 바꿔나가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임 대표는 퇴근 후 평범한 차림으로 직접 마트를 찾는다. 그곳에서 홈플러스의 운영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 임 사장의 마지막 일과다. 또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에도 들러서 차별점을 연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임 사장이 홈플러스를 다녀오면서 상품의 배치와 발주의 규모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주부 9단의 실력을 홈플러스 전체에 적용하는 셈이다.

임 사장의 직접 경험을 통해 최근 홈플러스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신선식품에 대한 경영방식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1%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 교환, 환불해드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홈플러스는 업계 최초의 신선식품 A/S(사후 서비스)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상 A/S를 도입한 뒤 반품율은 소폭 늘었지만 고객 만족도는 훨씬 더 늘었다고 홈플러스는 자평했다.

또 임 사장은 경쟁사들의 가성비 우선정책을 참고해 자체 브랜드(PB)의 강화 전략도 병행했다. 홈플러스는 가심비(가격대비만족도)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에 집중해 ‘심플러스’라는 자체 상품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트의 형태도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창고형 매장이 늘어나자 일반적인 형태의 마트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모든 형태의 매장을 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지난달 말 선보였다. 이 매장은 슈퍼마켓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모든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게 꾸며졌다. 소용량이 필요한 1인가구부터 도매용 대용량이 필요한 자영업자의 수요까지 모두 맞췄다. 

이렇듯 1년간 홈플러스의 변화는 숨이 가쁠 정도다. 임 사장은 격변하는 유통시장에서 고객의 감동만이 생존전략이라고 믿는다.
 

선우영 롭스 대표 [사진=롭스 제공]


◆선우영 롭스 대표, SNS 브랜드 발굴·체험형 매장으로 H&B 차별화 

올해 롯데그룹 임원 인사에서 단연 화제는 선우영 ‘롭스(LOHB's)’ 대표였다. 평소 ‘유리 천장’을 없애겠다며 여성 인재 육성에 힘 써온 신동빈 롯데 회장이 선택한 롯데 사상 첫 여성 CEO가 그였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선우영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에서 생활가전 상품관리, 온라인부문 업무 등을 수행하며 옴니채널 사업 성장에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선우 대표의 강점은 여성 CEO답게 ‘섬세한 리더십’이다. 이를 바탕으로 헬스&뷰티(H&B)스토어인 롭스의 상품 소싱과 온라인 사업을 이끌며 고객 니즈에 부응할 것이란 게 롯데 측의 기대다.

앞서 선우 대표는 하이마트 재직 시절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소위 ‘대박’을 쳤다. 2013년 여름철 제습기 인기가 폭발하던 때, 하이마트는 제습기 물량을 미리 공수해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았다. 이를 기점으로 제습기는 우리나라 가정 내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롭스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롭스 역시 조용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롭스 매장 수는 9일 기준 108개로, 선우 대표는 올 1월 롯데 사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매장은 연내 50개 더 늘리고 매출은 50% 신장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롭스가 H&B시장에서 독보적인 CJ올리브영과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등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출점에 앞장 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격적인 출점과 더불어 ‘매장의 차별화’도 눈에 띈다. 롭스 100호점인 이태원점은 859㎡(약 26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으로 현재까지 롭스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선우 대표는 이곳에 롭스가 보유한 그간의 소싱 역량을 모두 집중했다. 브랜드만 해도 기존 매장의 두 배인 300개에 이른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을 비롯해 달팡, 랩시리즈, 오리진스 등 백화점 브랜드도 다수 입점했다. 화장대를 모아놓아 직접 써볼 수 있는 ‘메이크업 스튜디오’와 수시 뷰티 클래스가 열리는 ‘뷰티랩’ 등 체험형 공간이 다양하다. 또 반려동물 상품 코너, 다이어트 관련 코너도 마련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선우 대표는 후발주자인 롭스가 모바일을 통해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 화제 브랜드를 재빨리 발굴하고 있다. 이는 SNS 브랜드 발굴 인력을 따로 두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던 색조 브랜드 ‘삐아’는 H&B스토어 중 최초로 롭스에 입점해 1주일 만에 품절 사례를 빚었다.

롭스 관계자는 “선 대표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소비자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세인 H&B시장에서 롭스 고객만이 느낄 수 있는 프라이드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사진= 이랜드월드 제공]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 패션업계 20년 베테랑 파워…‘실적 반등’ 주목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는 그룹 내 최초 경영자 출신 여성 임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년간 패션업계에 몸담아 잔뼈가 굵은 베테랑 CEO이기 때문에 패션시장에서 새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수정 대표는 1996년 이랜드그룹에 입사 후 로엠 본부장, 중국 사업부 로엠 본부장, SPA 미쏘 본부장 등 패션 브랜드 관련 주요 보직을 지내왔으며 20여 년간 패션 사업부 현장 경영에 앞장 서며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습득해 왔다. 패션사업부는 사업 특성상 패션 트렌드의 흐름과 향후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야 하는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민감함을 지닌 정 대표가 그 역할을 해내며 패션 사업부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사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경영자다. 이랜드월드의 실적 부진도 털어내고 실적 반등을 이뤄낼지도 관전포인트다. 최근 이랜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등 브랜드를 매각하고 적자 매장을 정리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랜드월드의 매출액은 2016년 7조3707억원에서 2017년 6조5505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97억원에서 3254억원으로 줄었다.

정 대표는 협력사들과의 상생경영 또한 힘쓰고 있다. 협력업체들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의 애로사항과 개선돼야 할 사항들을 듣고 논의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생산 실무를 담당하는 생산 책임자와 함께 협력사들을 돌아 보며 현장에서 바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은 즉각 조치 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겼다. 그는 협력사들과 함께 지속적인 상생과 동반 성장을 통해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 이 될 수 있도록 현장 방문 일정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패션사업부의 특성상 많은 협력사들과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랜 시간 함께 협력해온 우리 협력사들이 함께 성장하고 나아 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 신뢰 회복·수익 개선 ‘변혁적 리더십’으로 푼다

올해로 한국 진출 30년을 맞은 한국 맥도날드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사태로 홍역을 치렀고, 일부 점포를 정리하면서 사업권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조주연 한국 맥도날드 대표 앞에 ‘소비자 신뢰 회복’과 ‘수익성 개선’ 두 가지 과제가 당면했다.

그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으로 위기를 풀어가고 있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우선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조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3월 맥도날드가 한국 맥도날드 30주년 행사에서 매장에 나가 직접 고객을 맞았다. 아울러 이날 행사를 통한 수익금 3억원을 다음 달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 근처에 머물며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쉼터인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RMHC Korea) 하우스 건립에 기부했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기업 맥도날드의 사회적 투자 책임 방안에 대한 국내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인체 유해한 항생제로 사육한 치킨 사용 제한, 열대우림동맹으로부터 인증 받은 커피 원두 사용, 국내에서 사용하는 50여종의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목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임직원을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 대표는 지난 6월 ‘맥도날드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된 매장 직원들을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해 직접 음식을 대접했다. 맥도날드 브랜드 앰배서더는 해마다 소비자에게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을 선정하는 제도다.

그는 “매일 소비자를 마주하는 현장에서 맥도날드를 빛내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30년간 한국맥도날드가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유리천장이 높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히는 전자, IT 회사를 거쳐 2011년 마케팅 임원으로 한국맥도날드에 합류했다. 이후 2016년 한국 맥도날드 첫 여성 전문경영인(CEO)로 취임했다. 그동안 글로벌 본사 출신들이 부임했던 것과 달리 첫 내부발탁 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조 대표는 다양한 플랫폼과 메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첫 해인 2016년 서울 상암DMC점에 업계 첫 ‘미래형 매장’을 도입했다. 미래형 매장은 쾌적한 환경에서 프리미엄 버거를 제공하고, 디지털 메뉴판과 키오스크(무인주문결제시스템) 등을 갖춘 매장이다. 올해 현재 전국 440개 가운데 절반인 220여개 매장이 이 같은 형태로 전환 완료했다. 올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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