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군살 빼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형주들 사이에서 화두였다. 제너럴 일렉트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허니웰 등이 주주 가치를 창출하라는 월가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애널리스트들의 압박 속에서 회사 분할이나 사업 매각을 결정했다.
3M만은 예외였다. 분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주주들의 불만이 딱히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고, 배당금도 올랐다. 3M은 여전히 ‘매수 뒤 평생 보유'라는 전략이 통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주가가 출렁일 때도 있었지만 안정적인 배당금과 업종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에 투자자들은 한 걸음 물러서 기다리곤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3M의 주가가 급격한 낙폭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마이클 보이드 투자가는 최근 미국 온라인 투자매체 시킹알파 기고문을 통해 전했다.
3M의 주가는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올해에만 16% 곤두박질쳤다. 지난 1월 말 기록한 연중 고점에 비해서는 24% 가까이 떨어졌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로 산업재 분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지만 3M의 낙폭은 유독 두드러진다. 하반기에 주가가 6% 이상 회복하지 못할 경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하게 된다.
1902년 미네소타의 광산회사에서 출발한 3M은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의료, 전자·전기·통신, 사무, 자동차·조선, 보안 부분을 아울러 6만5000종이 넘는다. 대표 제품으로는 방수사포, 스카치테이프 등이 있으며, 20세기 10대 히트상품으로 꼽히기도 한 포스트잇 역시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의 실수에서 비롯한 3M의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많은 회사들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뒤안길을 걷는 가운데서도 3M은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에 집중하면서 고비를 넘겨왔다. 3M이 출원한 특허 수는 10만개를 넘는다. 구글보다 2배나 많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3M의 급격한 주가 하락은 거인의 해체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이드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3M의 성장률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3M은 2018년 자체매출(organic sales)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의 4~5%에서 3~4%로 낮추었다.
모닝스타의 조슈아 아귈라 애널리스트는 “3M을 두드리는 문제는 몸집이 너무 커서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M의 마이크 로만 신임 CEO는 기업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인수와 분사를 모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지난 3일 “우리는 기업의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는 사업 분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컬러스 헤이맨 애널리스트는 "3M이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수는 있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 3M의 밸류에이션이 무척 높아졌기 때문에 기업 인수로 빠른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M은 이미 부진한 사업부문의 가지치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M은 재료과학 기업인 코닝에 통신 사업부문을 9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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