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 중인 메이 총리를 향해 유럽연합(EU)과 완전히 결별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영국 매체들은 전례 없는 내정간섭이라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대중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은 “미국과의 거래를 깨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이 어떻게라도 EU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과의 무역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통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당초 EU 탈퇴 방식을 두고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했었지만 지난 6일 각료회의에서 그보다 훨씬 온건한 방식의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 “무척 재능있는 친구”라면서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칭찬했다. 존슨 전 장관은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발해 사퇴했다.
영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가 초청국의 수반을 공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을 흔들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메이 총리에게 대놓고 굴욕을 먹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영국 총리의 기반 약화를 노린 전례 없고 비외교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의 인터뷰가 공개됐던 12일 오후 메이 총리는 런던 블레넘 궁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해 성대한 환영행사를 열고 있었다. 만찬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로 영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더 없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방문을 반대하는 영국 시민들의 시위 속에서도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대했다.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구해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반발을 달랠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메이 총리의 입지는 더 위태로워질 상황에 처하게 됐다.
메이 총리는 소프트 브렉시트 노선을 결정한 뒤 극심한 반발에 시달리면서 취임 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장관, 스티브 베이커 전 차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반대해 줄줄이 사임했다. 보수당 강경파들은 불신임 투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