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 디자이너 주피터(28)는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를 해주고 싶다'는 꿈을 안고 산다. 두피 마사지로 사람을 재우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미용실에서는 사장에게 깨지고, 집에서는 시어머니가 아들(주피터의 남편)과 손주의 불행을 주피터에게 미루며 괴롭힌다. 결국 집을 나와 슬픔에 빠진 주피터 앞에 오래 전 첫 손님이 등장하고, 카페인이 지배하는 불면증의 세계로 이끈다. 과연 주피터는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을 물리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13일 선보인 내용이다. 올해 첫 돌을 맞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공연 때마다 관객들로부터 키워드를 받아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출가 김태형은 "매 공연마다 관객들이 던지는 키워드들 가운데 흥미로운 것을 골라 무대를 선보인다"며 "사전에 이야기를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프레스콜에서도 주제와 주인공의 이름, 직업, 나이, 특기 등이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다만 큰 틀에서 넘버(곡) 등은 미리 정한다.
배우들은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해 공연을 완성시킨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무대에 선 배우 이정수는 "즉흥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초연 때의 프레임을 다시 쓰게 될까봐 걱정했다"며 "새로운 콘텐츠를 채워넣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넘버의 가사까지도 대부분 즉흥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공연 중간에 애드리브가 막혀 당황하는 배우의 모습도 보였지만, 상대 배우들이 이를 상쇄해준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 지 몰라 빈틈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해 웃음을 선사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배우 이영미는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동질감·동료애가 있다"며 "뽑기처럼 어떤 키워드,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서로를) 믿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39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올해 55가지 이야기를 전달한다.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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