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부정했던 자신의 발언은 ‘말실수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개입을)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았다(it wouldn't)'는 어떤 이유로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였다"며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말이 나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부정어법을 자주 쓰는데 종종 이런 오해가 생긴다”고도 했다.
이어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 정보기관의 결론을 받아들인다”라며 “다른 많은 이들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대선 개입 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결론을 무시하고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한 것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자 하루만에 자신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칫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마저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큰 사안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은 지난해 1월 조사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공작을 지시했고, 서구 자유주의 훼손을 위해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희망했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개입했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또 다른 실수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를 통해 대선 개입의 책임을 러시아로 제한하지 않고 방향을 돌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보 후퇴가 논란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내주 의회에서 러시아 문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헬싱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미국 통역사를 출석시키기를 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그의 대통령 재직 동안 가장 심각한 실수”라고 적었다. 하원 정보위원회 중진 민주당 의원인 아담 쉬프 의원은 로이터에 “그가 어제 엉망으로 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지만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고 혹평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의회 통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말을 해놓고 퇴각을 하려하고 있지만 후퇴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며 "푸틴 대통령에 직접 맞서기를 두려워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정치적인 후폭풍이 행정부와 공화당 측근으로 까지 미치면서 지난 18개월 대통령 재직 중 일어났던 다른 주요 논란을 압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푸틴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국영 신문인 로시스스카야 가제타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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