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1년이 지났다. 가계통신비 부담완화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을 달성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사실상 보편요금제와 같은 요금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 도입 과정에서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한 선례를 남기게 돼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개인정보 관련 규제 등 4차산업 혁명을 위한 규제 혁신에선 사실상 낙제점이란 평가다.
◆ 통신비 인하 정책 강행…업계와 '대립각'
유 장관은 취임 직후 통신요금 낮추기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까지 올렸다. 업계가 반발하자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3사의 담합‧약정할인 실태 조사에 나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와 소송이 붙어 통신비 인하 정책 시행이 연기될 것을 우려한 과기정통부가 관련 내용을 BH(청와대)에 보고했고, 이후 다른 부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다. 이동통신사들은 시장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며 반발했다.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었다.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월 1만1000원 기본료 폐지’가 좌절되자 사실상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과기정통부는 기본료 폐지를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LTE 단계에서 기본료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 법안은 현재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SK텔레콤과 KT가 최근 월 2만원대(요금할인율 25% 적용 시)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 이상을 주는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사실상 보편요금제는 형식적인 틀에 불과한 셈이 됐다.
◆ 혁신성장 위한 먹거리 발굴은 ‘낙제’
혁신성장 관련 로드맵상에서 유영민 장관의 성과를 찾기는 힘들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신설을 주도했다. 4차위는 미래 산업을 발굴하고 제도적 지원에 나서기 위한 범부처 조직으로, 과기정통부는 4차위 지원단에 실장급 인사를 파견해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는 등 관련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4차위 활동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나 산업계와 시민단체 간 정보 활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4월 4차위는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 학계 등을 모아 해커톤을 열어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 비식별정보의 개념을 연구‧통계 목적인 ‘가명정보’와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익명정보’ 등으로 나누는 데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가명정보의 경우 연구 목적이 어디까지냐를 두고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미봉책으로 개인이 자신의 금융‧통신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의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활성화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4차위는 올해 1월부터 승차공유를 놓고 해커톤을 열 계획이었으나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4차위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승차공유 업체 풀러스는 경영난을 겪고 직원의 70%가 해고되는 등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
◆ 합산규제 일몰이 성과?
지난 3년간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최근 폐지(일몰)됐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연구반을 가동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연구용역을 줬다. 지난 6월말 합산규제는 일몰 됐으나, 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과기정통부의 '2018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 따르면 “유료방송산업 발전과 이용자 후생 제고를 위해 유료방송 플랫폼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사업자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 사업자 간 공정거래 환경을 조성했다”고 명시됐다. 예정된 합산규제 일몰이 성과로 둔갑한 셈이다. 정부의 역할은 합산규제 일몰 전 개선방안을 내놓는 것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개선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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