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펀드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펀드도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고래싸움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19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32개 신흥아시아펀드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7%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고공행진했던 베트남펀드도 이 기간 8.60%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베트남 VN지수는 올해 4월에 기록한 연고점 대비 20%가량 빠진 상태다. 이뿐 아니라 인도펀드(-6.99%)와 중남미펀드(-8.40%), 브라질펀드(-9.35%), 신흥유럽펀드(-5.73%)도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가 가장 큰 변수"라며 "미국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은 하반기에도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를 보면 세계 20대 투자은행·자산운용사 가운데 12곳은 하반기에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이유로 들고 있는 것도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이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신흥국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연초만 해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60달러대 초반에 그쳤다. 이에 비해 이달 10일에는 74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브라질은 유가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6%에서 1.6%로 1.0% 포인트 낮췄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유로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3%에서 2.1%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는 수출 정체와 투자 감소를 이유로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9%로 내렸다.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5월에만 달러화 대비 8%가량 평가절하됐다. 원·달러 환율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흥국 위기설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마다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다만 일부 신흥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브릭스펀드(-1544억원)와 러시아펀드(-600억원), 신흥유럽펀드(-117억원)에서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베트남펀드는 6306억원을 모았다. 상반기 베트남이 기록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로, 목표치(6.7%)를 한참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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