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1리터(ℓ)당 4원 오른다. 흰 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가공유와 요거트,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지만 업계는 수익 보전 보다는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는 지난 20일 오후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는 9월부터 반영할 원유 가격을 지난해보다 4원 인상한 ℓ당 922원에서 926원로 확정했다. 약 2개월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이뤄진 결과다.
원유가격 인상은 원유가격 연동제를 실시한 2013년 이후 5년만이다. 당시 원유 가격은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 인상됐다. 2014년, 2015년에는 원유가격이 동결됐다. 2016년에는 18원 내렸다.
올해 원유값 인상 4원은 모든 유업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실제 시판되는 우유 판매가의 인상폭은 업체마다 달라질 예정이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원유 가격을 106원 인상했을 때 매일유업은 흰 우유 가격을 ℓ당 200원, 8.5% 올렸다. 이어 서울우유는 220원(9.6%), 빙그레는 리터당 170원(7.2%) 수준으로 흰 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최근 몇 년 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영유아 감소와 대체 건강음료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흰 우유 시장은 감소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흰 우유 시장은 1조3691억원 규모다. 2013년 1조8682억원, 2015년 1조8392억원에서 5000억원 가량 줄었다.
유업체들의 분유 재고에 의한 적자도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매년 일정량의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입하고 있지만 우유 소비가 정체돼 분유 재고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 전문점 ‘폴바셋’ 이나 ‘백미당’ 등 별도의 외식사업을 하지 않는 서울우유의 경우 적자폭은 더 크다.
그럼에도 유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이 수익 보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매일유업의 경우 외식을 포함한 전체 매출에서 우유매출 비중은 31,3%, 이 중 흰 우유는 22.8%로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수년째 적자를 떠안았기 때문에 4원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가격을 올리면 그동안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은 하겠지만 이익을 볼 정도는 아니다”라며 “흰 우유 자체에 대한 소비가 감소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가격이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축산과학원이 2016년 전국 만 25세 이상 여성 742명을 대상으로 벌인 ‘우유 및 유제품 소비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조사’에서 향후 우유 소비가 감소한다면 그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일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26.9%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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