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피해자 대변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최근 내놓은 공개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날 통보했다.
같은 날 반올림도 '조정위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지금까지는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면 당사자들이 이를 수락 혹은 거부할지 결정하는 '조정'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정위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이르면 2개월 뒤에 나올 중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수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전날 조정위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무려 1000일 이상 농성을 벌여온 반올림 측도 조정위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실상 '타결 선언'만 앞두게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이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석방 이후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10년 이상 끌어오고 있는 해묵은 난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조정위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오는 10월까지 반올림 피해자 보상을 모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계기가 된 '10년 분쟁'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