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 러스(러에코∙LeEco)의 핵심 자회사이자 창업판 상장사인 러스왕(樂視網·러스동영상)의 위기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회사에 남아있던 창립멤버 류훙(劉弘)이 끝내 퇴사했다.
중국경제망(中國經濟網)은 러스왕이 공식 성명을 내고 류훙 러스왕 부회장의 중도 퇴임 소식을 알렸다고 22일 보도했다. 류훙은 지난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에 빠지며 회장직에서 물러난 자웨이팅(賈躍亭)과 함께 러스왕을 시작한 공동창업자 격의 고위인사다. 러스왕 지분을 30.7%를 보유한 3대주주이기도 하다.
1973년생인 류훙은 중국국제방송국(中国国际广播电台)의 기자 출신이다. 지난 2004년 자웨이팅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러스왕을 창업할 당시 창업멤버로 참여하며 러스왕에서 6년간 부총경리를 지냈다.
2010년 러스왕이 상장되자 부회장직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류훙의 내리막길 인생은 자웨이팅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자웨이팅은 러스왕 창업 후 시장 반응이 뜨겁자 영화∙음악∙스포츠 등 자체 콘텐츠 제작 및 확보에 공을 들이고 스마트TV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시켰다. 이후 단말기 제작업체 쿨패드의 지분 18%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스마트 자동차 시장에도 손을 뻗는 등 무리한 투자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러스왕은 주가가 폭락하다가 다시 자금조달로 상승되는 불안한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한 자웨이팅은 지난해 7월 회장직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도주했다. 20일 중국 펑파이(澎湃)신문에 따르면 그해 10월 러스왕의 창립멤버이자 고위급 인사인 량쥔(梁軍) 총경리와 가오페이(高飛) 등이 줄줄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
류훙의 사임도 이미 여러 차례 예견돼 왔다. 지난해 12월 러스왕은 류수칭(劉淑靑)의 총경리 임명 소식을 알리며 “류훙 부회장이 개인적 사유로 부총경리 직위에서 물러난다”며 “다만 이후에도 여전히 이사회의 전략위원회위원 겸 부회장 직무는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지난 1월 러스왕의 회장 지명과 회계사무 등과 관련한 이사회 회의에서 류훙이 회장 지명 투표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회사운영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그가 회사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그가 러스왕을 떠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월, 또 한차례 류훙의 이사회 전략위원회위원직 직위해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심은 확신이 됐다.
이번에 발표된 공고에 따르면 류훙은 러스왕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며 앞으로 러스왕과 관련한 어떤 업무도 맡지 않는다.
또, 류훙이 보유한 러스왕 주식 1억2200만주 중 9184만주에는 자사주 매입 및 임원보유 주식에 대한 자율적 매도 제한(락업∙Lock up) 조치가 취해졌다. 중국경제망은 “현재 상황으로 미뤄볼 때 해당 주식이 류훙에게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러스왕의 새 주인인 류수칭 회장은 지난 18일 러스의 회사 이름을 러룽(樂融)으로 바꾸고 프리미엄 인터넷 브랜드로 스마트 라이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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