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사람을 살리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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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입력 2018-07-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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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개혁3법을 개정해야 하는 까닭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안타까운 진보정치인이 유명을 달리했다. 명복을 빌며 정치 개혁을 향한 그의 노력을 후배 정치인들이 잇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특권을 비난할 때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게 스웨덴 의회(Riksdag) 의원의 모범 사례다. 지하철이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개인 비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정책 제안을 하거나 법안을 발의한단다. 거기에 의원 보수는 매월 5만6000크로나, 우리 돈으로 약 711만원을 받는다며 명예직에 가까우니, 3D업종이니 하는 온갖 호들갑이 동원된다.

사실은 지나친 과장이며, 그 이면에는 정치혐오가 개입된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인다. 여기에는 고의로 우리 국회를 깎아내리는 중요한 몇 가지가 빠져 있다. 첫째, 스웨덴 의회와 우리나라 국회를 평면적으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스웨덴 의회는 정원이 349명으로 의원 1인당 약 2만9100명을 담당한다. 인구가 5배가 넘는 대한민국 국회는 정원이 고작 300명으로 의원 1인당 약 17만2000명을 담당한다. 우리 국회가 대표해야 하는 인구는 무려 5.9배 이상이다.

스웨덴 의회는 개방형 비례대표 310석과 보정의석 39석 등 전원이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된다. 따라서 지역구 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고비용·저효율 정치 리스크가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253명이 지역구 1인 다수득표제이고, 47명만 정당비례대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의원들 스스로가 '지역구 마당쇠'라는 자조 섞인 말로 의정활동과 차기 선거준비를 병행한다. 고비용·저효율이 아니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둘째, 스웨덴 의회라고 하여 의원들에게 지원하는 게 형편없지는 않다. 국내에 소개돼 있는 건 오히려 왜곡이 심한 편이다. 내각제인 스웨덴은 정부와 의회에서 각각 의원 및 정당에 별도로 각종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총리와 같은 월 14만크로나를 받는다. 국회가 위치한 수도 스톡홀름에서 50㎞ 이상 떨어진 지방출신 의원은 주거비로 매월 7000크로나까지 더 받는다. 우리 국회에는 없는 제도다. 공무상 해외여행은 임기 중 1인당 20회 이내 6만크로나, 그 이상은 필요에 따라 1회당 추가로 2500크로나를 쓸 수 있다. 최근 해외연수비 문제로 말썽이 났던 우리 국회와는 달리 횟수와 금액이 못 박혀 있다. 이 밖에도 노트북과 휴대폰 등은 물론이고 휴대폰 요금도 지급된다. 특권에 가까운 상해보험과 생명보험도 지원된다.

정당에 대한 지원은 더 적극적이다. 일찍부터 민주주의 선진국인 만큼 정당에 대한 공공재정 지원을 바람직하게 인식하고 법률로 채택했으며,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정당의 주요 수입원은 국고보조금이다. 특정한 기부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선거운동이든, 급료 지급이든 보조금 사용권한은 오로지 정당 스스로 결정하며, 그 사용방법에 대한 공개감독도 하지 않는다. 원내정당은 전문가와 정책보좌역, 그리고 당 소속 보좌진 등으로 구성된 스태프들의 지원을 받는다. 이 역시 의석수에 따라 숫자 차이가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은 원내의석이 없는 정당에도 보조금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2차례 선거 가운데 한 번이라도 2.5% 이상의 득표율을 얻었다면 지원 대상이 된다.

현재 8개인 원내정당은 의석수에 따라 보조금을 배분 받는다. 정당 지원은 다시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그 하나가 국가의 공공재정지원이다. 원내정당은 우선 의원 1인당 33만3300크로나(총 1억1621만7000크로나, 약 148억원)의 기본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사무실 지원으로 기본 국고보조금이 580만크로나, 추가보조금은 여당에 1인당 1만6350크로나, 야당에는 2만4300크로나를 준다. 현재 소수 연립정권이기 때문에 야당이 여당보다 두 배 이상 더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여당의 독주를 막고 민주주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힘 센 정당 위주로 정치자금을 나누는 우리 한국과는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우리 국회는 철저하게 여당이나 다수당에 유리하다. 원내교섭단체 및 의석수 우선으로 국고보조금을 배분하고, 다음에 5석 이상 정당에 지원하며, 그 다음으로 원내정당에 지원하는 등 '빈익빈부익부'를 통해 현재의 양당 체제 정당구조의 고착화를 가져온다.

한편 독일은 비례대표제 소선거구 지역구를 연동하는 연동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채택, 우리나라가 선거제도 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독일 하원 역시 의원 1인당 담당하는 인구가 10만6000명 정도로 우리보다 적은 편이다. 정작 독일이 유럽 내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힘은 의회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연방 하원의원들은 지역구 관리 부담이 필요 없기 때문에 활발한 의정활동을 보인다. 그래서 2015~2017년 독일연방 하원 예산을 보면 전체 정부 예산 대비 0.265%이다. 우리 국회는 고작 0.142%이다.

국가예산 규모 자체가 다르지만 독일은 의회비 비중이 우리나라의 대략 2배이다. 최근 3년(2014~2016년) 사이 결산기준으로도 의회비는 연평균 5.64% 증가했으며, 특히 하원은 6.86% 급증했다. 하지만 연간 400조원이 넘는 예산심의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국회가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정치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지역구 관리에 고비용이 필요한 가운데 고유의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다 못해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6배나 많고 적자예산이 누적된 미국조차 의회에 쏟아붓는 비용이 2015~2017년 정부 예산 대비 0.167%로 결코 아끼지 않는다. 의원 숫자는 적지만 그 대신에 예산관리청, 회계검사원, 입법지원처, 도서관, 홍보처 등 각종 지원활동이 활발하다.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국회 특활비나 편법 해외여행 경비 지출은 개혁해야 할 사항이지만,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정치개혁 3법 개정으로 정치를 선진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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