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현정은, 금강산을 사랑한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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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7-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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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故)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맞춰 오는 3일 북한을 방문한다. 현 회장의 금강산 방북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현대그룹은 추도식을 위한 방북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인 남북 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사명감은 남북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의 방북사(史)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6월 16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트럭 50대에 500마리 소떼를 싣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이 장면은 미국 CNN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정 명예회장은 방북길에 오르면서 "이번 방문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으로 이뤄낸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등 대북 관련 사업은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국내정치 상황 등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의 대북 사업을 이어받은 정몽헌 전 회장은 2003년 '대북 불법 송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공석을 채우기 위해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나서야 했다.

구원타자로 나선 현 회장은 경영권 위협에 휩싸이기도 했다. 취임 첫해에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인수 시도가 발생하고, 2006년에는 현대상선 인수 시도가 잇따라 일어났다. 현 회장은 이들 위협을 정공법으로 돌파하며 경영권을 지켜냈다.

대북사업도 난항을 겪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2008년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중단됐다.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폐쇄됐고, 현대그룹이 약 12억5000만 달러를 들여 투자한 북한 사업권은 동결됐다. 현대아산은 10년간 1조5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위기에도 2003년 매출 5조5000억원이던 현대그룹은 현 회장 취임 후 2013년에 11조6000억원까지 성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2015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정주영 회장께서 온몸으로 열어놓으신 금강산 관광이 7년째 답보 상태"라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열려라 금강산'을 건배사로 하겠다"고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금강산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저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의 문이 다시 열려 여러분과 같이 금강산에 가길 희망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윤추구보다 대북사업을 통한 남북의 평화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 더 무게를 두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현 회장의 대북사업이 다시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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