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다만 최근 급등세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장기금리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갖겠다고 했다. 장기금리 상승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BOJ는 31일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끝에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기 위해 자산매입(양적완화)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BOJ는 종전대로 연간 80조엔(약 804조원)을 목표로 양적완화를 탄력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BOJ는 또 자산매입 대상 가운데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닛케이225지수에 연동하는 ETF 매입 비중을 줄이고, 토픽스지수 연동분 매입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연간 6조엔 규모의 ETF 매입 규모는 동결했다. 양적완화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시장에서는 BOJ의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컸다. BOJ가 미세조정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에 0%로 수렴해야 할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이날 0.12%를 웃돌며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BOJ는 장기금리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주 두 차례나 공개시장조작에 나섰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이날 0.123%까지 올랐지만,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가 나온 뒤 하락세를 타 0.05% 수준까지 떨어졌다. BOJ마저 통화긴축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결과다.
BOJ는 2016년 9월 이후 통화부양 기조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해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유동성 공급원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통화 부양에 적극적이었다. BOJ가 정책을 조정하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모두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된다. 시장에서 '구로다(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발작'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로다 발작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BOJ가 이날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낮춘 게 주효했다. BOJ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1.3%에서 1.1%로 낮췄다. 내년 목표치는 1.8%에서 1.5%로, 2020년은 1.8%에서 1.6%로 하향조정했다.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다음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낮추는 경우는 드물다며, 강력한 통화완화 기조가 적어도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