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지난 2일 발표한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短觀)를 보면 대형 제조업 업황판단지수는 2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분기 조사 결과인 24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단칸지수가 2개 분기 연속 하락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6년 만이다.
단칸지수는 일본 내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조사가 진행되며, 경기가 좋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을 뺀 수치다. 숫자가 높을수록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높은 것을 말한다.
단칸지수 하락은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와 철강 등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 압박에 나서자 일본 내 제조업체들의 우려가 지수로 반영된 결과다.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 종합 PMI 지수는 53.6%를 기록했다. 지난 2월(52.9%)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과 비제조업 부문의 동반 하락이 나타났다. 제조업지수는 51.2%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비제조업은 한 달 만에 하락 반전하며 54%로 나타났다. 특히 비제조업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전월 대비 각각 1% 포인트, 1.2% 포인트 하락한 53%와 59.5%를 기록했다.
KB증권은 31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PMI 제조업지수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제조업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규수주와 생산부문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신규수주와 생산지수의 동반 하락은 하반기 중국 산업생산의 부진을 시사한다"면서 "참고로 재고 부담을 의미하는 원자재 재고지수가 상승 전환했고, 완성품 재고지수 역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기업활동 기대지수와 투입재 구매지수 등 선행성을 보이는 지수들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입지수가 5개월 만에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면서 수축 국면에 진입한 것도 우려 대상이다.
김두언 연구원은 "하반기를 알리는 7월에도 G2 무역갈등 여파가 중국의 심리지표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시차를 두고 실물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수출과 물가지표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급락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관세 압박이 높아질 경우 직격탄이 예상된다. 이미 고용부문 악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 등 내부적인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압력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관세 전쟁의 시작과 한국경제의 위기'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재 4.8% 수준에서 10%로 높아질 경우, 국내 수출액은 173억 달러가 줄어들고 국내 경제성장률은 0.6%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세계 평균 관세율이 20% 수준으로 높아지면 국내 수출액은 약 505억8000만 달러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1.9% 포인트 급감할 전망이다.
관세율 인상은 국내 고용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관세율이 10%로 인상되면 고용 15만8000만명이, 15%와 20%로 관세가 오른다면 각각 31만1000명, 46만3000명의 신규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발 통상전쟁이 주요국의 반발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국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는 주변 국가들과의 통상 협력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해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및 기업의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 수출 시장 다변화, 내수 시장 확대로 외부충격에 강한 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