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태풍, 폭우로 신음하던 중국 대륙이 이제는 폭염에 달궈지고 있다. 동시에 무더위로 반사이익을 얻는 분야가 생기면서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고온경제'도 열기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7월 초 이후 중국에서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기상대는 지난 14일부터 31일까지 17일 연속 '폭염경보'를 내렸고 전통적인 '화로도시' 외에 동북지역 기온도 35도를 웃도는 상황이다.
덥기로 유명한 충칭시, 쓰촨 등 외에 동북의 지린, 랴오닝성 등지의 22개 현(縣·)시(市)가 7월 기준 역대 최고기온을 새롭게 세웠다. 충칭 펑두(豊都)현의 경우 지난 10일 이후 35도 이상이 20일, 이 중 40도 이상의 폭염을 기록한 날이 10일에 달했다.
4월 이후 중국 전역의 평균 고온일수는 6.8일로 지난 1962년 이래 세번째로 많다. 범위가 넓고 강도가 큰, 극단기후의 성향을 보인다는 것도 과거와 다른 특징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여름에 시원한 랴오닝성 선양(沈陽)의 기온은 지난 30일 37도까지 치솟았고 체감온도는 무려 44도에 달했다.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더위가 '돈'을 벌어 주면서 '여름경제'도 무르익고 있다. 에어콘이 불티나게 팔리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 교통 등 인터넷이면 '다 되는' 분야의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에어컨은 나의 생명의 은인, WiFi는 나의 정신적 동반자"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의 대표적인 '화로' 도시인 후난성의 창사(長沙)가 대표적이다. 쑤닝이거우(蘇寧易購)에 따르면 6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창사시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6% 급증했다.
에어컨설치기사들은 녹초다 .한 설치기사는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폭염 지속으로 방문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 점심시간에도 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람들이 점심·저녁식사 시간에도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 앱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대표 배달앱인 어러머의 통계에 따르면 5월 들어 점심시간·티타임, 야식시간의 주문량이 지난해 대비 243%, 235%씩 급증했다. 지난 6월 초, 하루 주문량이 처음으로 500만 건을 넘기도 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행'을 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광업계도 웃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연구원, 시트립관광빅데이터연합실험실이 발표한 '2018 중국 피서관광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요 '화로도시' 거주민의 82.1%가 "올 3분기 피서를 가겠다"고 답했다.
'차량공유' 등 스마트 교통 분야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 가오더(高德)지도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앱을 통해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차량예약 서비스 이용량도 200% 가량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표정이 어두운 곳도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길거리의 옷가게나 음식점은 한산하다. 한 옷가게 주인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날씨가 너무 더워 나조차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금이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에 위챗에 웨이상(微商, SNS 기반 제품 판매업체)을 열고 계속 신제품이 출시됨을 알리는 등 방법으로 매출을 노리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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