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출범 1년을 맞이했다. 방통위는 국내외 인터넷‧콘텐츠 기업 간 역차별을 바로잡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제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전문가 협의체를 꾸려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수신료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방송 업무가 이원화되면서 발생한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1일 경기 정부 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마치고 취임 1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을 비롯해 위원회 전체가 ‘국민이 중심이 되는 방송통신’이라는 비전으로 4기 방통위의 정책과제를 마련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주요 성과로 △방송통신 분야 불공정 관행,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외주제작시장 실태조사 △공영방송 투명성 강화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운영 등을 꼽았다. 4기 방통위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TV홈쇼핑 사업자와 납품 업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불공정한 거래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법률‧방송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편성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도 설치해 공영방송의 수신료 산정 배분과 징수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욱 부위원장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공영방송 정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공영방송이 정권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본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4기 방통위가 비전 과제로 수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전 정권에 종사했던 KBS‧MBC 경영진과 이사들을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강제 하차시키면서 내부 분란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지난 1년 동안 KBS, MBC 경영진을 바꾸려는 무리한 시도들이 있었다”며 “지금도 양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진통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상생협의체 출범...“국내외 인터넷기업 간 역차별 바로 잡겠다”
4기 방통위는 해외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고, 국내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2월 국내외 인터넷기업 간 역차별 해소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인터넷 기업이 전보다 크게 성장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불균형한 규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협의회를 올해 말까지 운영해 최종 정책제안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해외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과 같이 엄정하게 조사·제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개인정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빅데이터와 같은 신산업을 지원하는 법 제도를 정비하고, 올해 안에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 적정성 평가는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과기정통부와 업무 이원화, 이중 규제로 비효율...“업무 영역 조정 필요”
과기정통부와의 업무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미디어의 생산과 소비는 인터넷‧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구글과 넷플릭스 등의 해외 콘텐츠는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미디어 정책을 다루는 정부 조직은 이원화돼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걸맞지 않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출범할 때 방통위가 관장하던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관련 업무는 모두 미래부로 이관됐다. 방통위는 지상파 진흥과 규제, 통신사 규제 권한만 가지게 됐다. 이에 4기 방통위는 방송법에서 명시하는 정책 기능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되면서 이중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새로운 이슈에 대해 부처 간 업무 영역을 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해왔다. 이들은 방송‧통신의 진흥과 규제를 모두 관장했던 2008년 이전의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표 위원은 “유료방송 사전규제는 중복 심사에 따른 행정력 낭비, 사업자 부담 가중 등의 문제가 있다. 충북방송 재허가 과정에서 보듯, 부처 간 입장이 다른 문제의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커진다”라며 “지상파 재송신 문제도 이원화돼 해결하기 어렵다. 사업자들도 두 부처 모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탑재 앱 문제도 기준과 원칙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나, 실태점검 및 금지행위 위반 여부는 방통위가 수행하는 등 부처 간 기능이 중복된다”며 “광고규제는 방송과 인터넷 등 매체별 칸막이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규제의 형평성,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4기 방통위는 남은 2년간 국내 방송과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별 방향을 진단하고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1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이 방송통신 정책의 중심임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위원회 전체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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