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자국 화폐인 리라화의 폭락에 대응해 긴급조치를 취할 예정인 가운데 1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라화 값이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2분 현재 리라/달러 환율은 6.8347리라를 기록 중이다. 지난 주말 대비 6.26% 상승(리라화 값 하락)했다. 장 중 한때는 역대 최고인 7.24리라에 달해 달러 대비 리라화 값 낙폭이 12%가 넘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값은 지난 10일 한때 20% 넘게 추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터키의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을 문제삼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율을 다른 나라의 2배로 높이기로 하면서다.
리라화 폭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같은 신흥시장은 물론 터키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유럽 은행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터키에서는 불안감에 휩싸인 이들로 주말에 환전소가 북새통을 이뤘다. 터키 정부가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나 외환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자본통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한창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에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알라가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터키 쇼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달러 대비 리라화 폭락세가 그나마 누그러진 건 터키 정부가 13일 오전부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전날 밤 현지 신문 휴리에트와의 회견에서 "월요일 아침부터 우리 기관들이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필요한 발표를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알바이라크 장관은 은행과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 부문을 위한 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터키 정부의 자본통제설을 일축하며 외환예금의 전환이나 몰수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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