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5G(세대) 이동통신이 내년 3월 세계 첫 상용화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서 한날한시에 5G 전파를 동시송출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장비 업체는 물론 세계 1위 통신 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 노키아·에릭슨 등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5G 이동통신 시장 선점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관련 기술이 통신시장은 물론 드론과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 혁명 관련 산업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 전문가들은 5G 서비스에 걸맞은 서비스나 망중립성 문제 등 관련제도에 대한 준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세계 첫 상용화란 타이틀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지면으로 초청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실현 여부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송호진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이번 지상좌담에 참여했다.
신민수 교수= 3.5GHz대역과 28GHz대역에 대한 주파수 공급이 완료됐고 기술 표준도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3월에 5G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조건은 만들어졌다. 다만 5G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는 의미에서의 상용화는 보다 많은 정책적 지원과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호진 교수= 기술적으로 내년 3월 상용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망 산업의 특성상 그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국토 전체 상당수가 서비스될 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므로 파급효과를 논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송호진 교수= 휴대폰 및 관련 산업이 국가 중요 산업임을 감안한다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가지는 대내외적 의미를 무시할 순 없다. 이는 기술적 우월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기술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5G를 통한 사회·산업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큰 의문이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세계최초 상용화를 통해 5G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우수한 장비와 단말 공급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비 제조사와 단말 제조사 및 통신사 모두 세계 최초 상용화의 중요한 의미를 고려해 장비, 단말 개발 및 투자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에 따라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목표한 시점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산 5G 장비와 단말기에 대한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송호진 교수= 중국에 비해 덜 투자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집중력 있는 개발로 장비는 상용화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따라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고질적으로 해외 특정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일부 부품의 경우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임주환 원장=국내 장비업체의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전 세계가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술로만 해야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다만 5G 통신망의 핵심 인프라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만 따지지 말고 정부와 통신사가 잘 검토해 선택하고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 3월 5G 상용화 시점에 국민들도 체감이 가능할지?
임주환 원장= 5G 인프라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났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인프라가 도입될 때 초기부터 모든 서비스가 준비돼 이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5G 상용화 이후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나타나고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송호진 교수= 5G의 핵심 기술 가치인 저지연, 초고속 등을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고민 혹은 국가적 준비가 매우 미흡해 보인다. 과거 PCS 서비스 상용화 당시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결국 관련 산업 전체가 어려워진 사례가 있다. 단순히 장비 혹은 단말기의 새로운 시장으로 5G 상용화를 바라본다면, 이미 고급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인 현재의 어려움을 잠시 달래주는 효과만 있을 뿐 ICT 산업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
- 5G 시대에도 글로벌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네트워크 무임승차가 지속될 것인지?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글로벌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들은 국내 ICT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영향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며 시장의 수익을 독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조세회피를 일삼고 콘텐츠 영향력 등 압도적인 협상우위를 이용해 국내 망에 대한 무상연동을 요구하고 네트워크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실질적 서비스 제공지역이나 대상 등을 기준으로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하고 과세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신민수 교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국내 통신 사업자의 협상력 열위로 적절한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5G가 구축된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적절한 망 이용대가 부과 환경과 과세 환경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 5G를 활용한 신사업에 대한 준비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송호진 교수= 기술적인 5G 상용화 준비는 잘되고 있지만,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제조업 중심의 장비·단말기·부품 산업의 경우, 5G 기술의 고난이도 때문에 특정 대기업 중심 체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부 남아 있던 중소 기지국 부품 업체들은 고도화·집적화된 5G 표준안을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미흡하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5G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액 대비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