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으로 '중국 굴기(우뚝 섬)'가 언급된다. 달라진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연기만 뿜어내던 중국이 미래 산업 선점을 위해 '정부+기업+인재'가 온 힘을 합쳐 달리며 기술강국 자리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던진 관세폭탄이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 관련 첨단 제품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의 무역전쟁을 미·중 간 기술전쟁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 '인터넷' 다음은 'AI'...치열한 자본·인재경쟁
"내 두뇌와 시간의 97%를 AI에 바치고 있다. AI 승자가 미래의 승자가 될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처럼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이자 중국 AI 업계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AI가 인터넷보다 더 큰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은 5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2년 100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세계 기술 최강국인 미국과 제조업 대국에서 기술강국으로 도약을 꿈꾸는 중국이 AI 시장을 노리는 이유다.
현재 미·중 AI 경쟁은 양국의 대표 IT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전 세계를 범위로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양상이다.
구글의 경우 2012년부터 영국의 딥마인드 등 11개의 AI 스타트업을, 페이스북은 6개의 AI 기업을 인수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은 중국 AI 대표 기업인 추먼원원(出門問問), 중국 1위 화물 운송업체이자 최근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만방그룹(滿幫集團) 등에도 투자했다.
중국 IT 거물로 꼽히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전방위적으로 손을 뻗으며 AI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얼굴인식 관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 AI 대표 기업인 쾅스커지(曠視科技, Face++), 상탕커지(商湯科技) 등에 투자했다. 텐센트는 로봇 AI 스타트업인 유비쉬안(優必選), 바이오 AI 업체 등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움직인다.
AI 기술력 확보의 핵심은 '인재'다. 수요에 비해 관련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인재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중국은 '매력적인 조건'으로 해외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중국 AI 대표주자 바이두는 향후 3년간 'AI인재 10만 양성' 목표를 제시했다.
AI는 미국이 ‘무역전쟁’의 배경으로 언급한 ‘중국제조 2025’의 핵심분야로 최근 미국은 중국의 빠른 '굴기(우뚝 섬)'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AI 국가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AI 산업과 파생시장 규모를 1조 위안, 10조 위안까지 키울 계획이다. 칭화대 중국과학기술정책연구센터가 최근 공개한 ‘중국 AI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AI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7% 급증한 237억 위안이다. 올해는 75% 성장이 예상된다. 6월 기준 중국 내 AI 기업은 총 1011곳으로 미국 다음 2위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의 AI 등 기술력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내부 지적도 나온다. 일단 미국의 AI 기업 수가 2028개로 중국의 두 배 수준이다. 환구망은 지난 16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AI와 로봇 등에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바이두 관계자도 공개석상에서 “자율주행자동차 핵심 칩 대부분을 미국이 생산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 구글과 아리윈 클라우드 경쟁...슈퍼컴도 치열
최근의 기술적 흐름을 통해 엿볼 수 있듯 인류의 미래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자동화된’ 사회로 요약된다. 5G 등으로 집, 도시, 산업이 연결되고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오는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결국 미래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면 이들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융합적 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인프라를 확보하고 관련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이슈인 구글의 중국 시장 재진출 관련 소식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야에서의 주도권 싸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견제에도 구글은 여전히 광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안보·경제적 측면에서 견제하는 중국은 구글에 중국 본토에 데이터 센터를 둘 것을 요구한다. 데이터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장에 진출해도 문제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토양으로 이미 막강한 기업이 자리잡은 상태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아리윈이 그 주인공으로 사실상 중국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 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아시아 클라우드 시장 1위는 아마존, 2위는 알리바바, 3위는 MS이며 구글은 4위에 그쳤다.
중국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아리윈의 위세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 자명하다. 중국 공업신식화부(정보산업부 격)는 지난 2015년 1500억 위안에 불과했던 중국 클라우드 시장을 2019년 4300억 위안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만큼 든든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미다.
두 기업의 경쟁은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구글은 세계 거점을 확대 중으로 특히 홍콩, 호주 시드니와 대만, 일본 도쿄, 인도 뭄바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클라우드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윈은 당연히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수요를 잡겠다는 목표다. 동남아가 끝이 아니다. 미국 서부와 동부, 호주, 일본, 싱가포르, 중동, 유럽, 홍콩 등에 무려 47개 사용가능구역(Availability Zone)를 개방한 상태로 아리윈으로 세계를 연결한다는 포부다.
클라우드는 결국 빅데이터와 연관되는데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 슈퍼컴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 슈퍼컴 보유국 왕좌를 되찾았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크리지국립연구소의 '서밋'이 주인공으로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서밋은 1초당 20경7000조번 연산이 가능한데 이는 중국 타이후즈광(太湖之光) 연산능력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막강하다. 왕좌는 내줬지만 타이후즈광은 2위를 차지했고 톈허2호(天河二號)는 4위다. 500대 슈퍼컴 중 206개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양적 우위도 확보했다. 미국은 지난해 144대에서 124대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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