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은 바나나다. 바나나의 경작지는 열대 지방이지만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과일 중 하나다. 농작물 수입이 제한되던 1970~1980년대에는 바나나 한 송이당 가격이 당시 기준으로 1만원 정도로 선물용으로만 구입할 수 있던 귀한 과일이었다. 1993년에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바나나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가격이 하락해 흔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흔한 과일로 정착한 바나나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먹기 시작했을까.
조선시대 성종이 집권하던 시절 도승지를 지낸 손순효가 쓴 글에 ‘금오산과 낙동강은 어제와 같은데 선생은 어디에 계시는지/초황(蕉黃)과 여단을 바치오니/영령이시여 제물을 거두어 드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제물로 준비했다는 초황은 파초나무에서 열리는 노란 열매로, 바나나를 뜻한다. 여단은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열대과일인 붉은 여지(리치)다.
조선 중기 명종 때의 성리학자인 기대승의 ‘고봉집(高峯集)’에도 노란 파초 열매인 초황과 붉은 여지인 여단을 제사상에 올렸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밖에도 조선 선비의 문집에 바나나와 여지를 제사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바나나는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미네랄로는 칼륨·마그네슘·철분이 많은데, 특히 칼륨은 과일 중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또한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탄수화물과 섬유질이 듬뿍 들어 있어 이유식에 바나나가 사용되고,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운동하기 전 바나나를 먹으면 근육 경련을 예방할 수도 있다. 바나나에는 마그네슘, 칼륨 등 신경전달 및 근육 운동에 관여하는 무기질 이온이 풍부해 체내 수분 평형을 유지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원활케 해 운동 중 나타날 수 있는 근육 경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바나나가 치명적이다. 바나나는 설탕과 포도당이 많고 빨리 많이 먹을 수 있어 당뇨병에 불리하다. 당지수가 45~70으로 보통이거나 약간 높은 편인데, 당부하지수는 높지 않다. 천천히 1개만 먹으면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상인은 가끔 간식으로 적당히 즐길 만하다. 그러나 급격한 혈당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는 당뇨인이 바나나를 먹게 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므로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