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제작 ㈜필름295 ㈜블러썸픽쳐스·배급 ㈜쇼박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태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주지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이다.
‘암수살인’이란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일컫는 단어로서, 한국 영화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처음 다뤄지는 소재.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감옥 안의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살인범의 자백을 유일하게 믿고 사건의 실체를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어 “다음날 바로 부산에 내려가 형사님을 만나 뵙고 돌직구로 여쭤보았다. 그러면서 ‘형사님의 진정성을 담고싶다’고 말씀드리고 그의 일상과 동료, 정보원들을 만났다. 이 형사는 누구일까, 살인범은 누구일까 취재하며 트리트먼트를 썼고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 6년 간 이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작품의 시작점을 언급했다.
6년간의 인고 끝에 태어난 ‘암수살인’은 배우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극 중 김형민 역을 맡은 김윤석은 “실화 소재를 바탕으로 완성돼 장르적 과장보다는 밀도와 리얼리티가 탄탄하게 깔려있었다. 무엇보다 제가 형사 역을 몇 번 했었는데 이 영화 속 형사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드는 모습인 것 같아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형민은 한국 영화 속, 거의 유일한 형사 캐릭터다. 사건에 대한 접근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범인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 초점을 두고 조사한다. 이러한 방법이 암수살인 수사의 특징인데 형사가 가져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주지훈은 “먼저 실화라는 점이 놀라웠다. 극 중 강태오 역이 너무나 치밀했고, 계속 ‘실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가 주는 힘이 강했고 흡입력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토박이’라는 주지훈은 이번 작품으로 부산 사투리를 연기하게 되었다. “마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투리의 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제작에 참여한 곽경택 감독과 경상도 출신 배우 김윤석에게 꾸준히 사투리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주지훈은 “완전히 외국어였다. 규칙 안에 불규칙이 있더라. 곽경택 감독님과 매일 만나 대화도 나누고 연습도 하고 리허설도 따로 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사투리를 배우는 게 아니라서 강태오 역에 대한 이야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사로 풀어냈다. 만들기 보다는 많이 듣고, 참고하려고 했다”는 고충을 밝혔다.
이에 김윤석은 “정말 잘해냈다. 백점을 주고 싶다. 사투리 중 경상도 사투리가 가장 어려운데 범처럼 달려들어 온몸을 던졌다. 더군다나 논리적인 말을 하는 형사 역이 아니라 횡성수설 말하고 콘트라스트가 현란한 범인 역인데 사투리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본다. 굉장한 몰입을 보여주었다”고 칭찬했다.
“온 몸을 던졌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주지훈은 노메이크업과 삭발 등으로 강태오 역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주지훈은 “태오는 ‘룩’이 중요한 인물이다. 삭발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과거 장면도 찍어두고 나중에 조금씩 삭발할 예정이었는데 첫날 첫 촬영에서 스타일이 맞지 않아 바로 삭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첫 촬영이라는 긴장감과 사투리의 부담, 처음 마주하는 스태프 앞에서 어려움을 느꼈는데 감독님과 두 시간 여간 상의한 끝에 분장차에서 룩과 헤어스타일을 다 바꾸었다.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김 감독 역시 첫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송하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피팅하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렸는데 현장에서 계산한 룩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더라. 이를 배우에게 솔직히 오픈했고 지훈 씨와 감독님께 양해 구하고 계산보다 훨씬 먼저 삭발했다. 배우에게 부담이었을 텐데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현장에 딱 나타났는데 ‘아, 태오구나’ 싶었다”고 거들었다.
두 인물의 치밀한 심리전을 통해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호흡 역시 중요했을 터. 김윤석과 주지훈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며 서로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주지훈은 “김윤석 선배님은 거목 같은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선배님과 마주하면서 어떤 김장감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선배님 앞에 서면 나쁜 위압감이 아니라 거대한 느낌을 받아서 함부로 형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다. 어릴 때부터 선배님의 작품을 보고 자랐고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작품을 극장에서 보고 압도당하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 술자리에서도 이것 저것 여쭤보고 있고 항상 궁금증이 있다. 교과서 같은 분”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김윤석은 “드라마 ‘마왕’ 속 주지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암수살인’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미묘한 어둠, 밝음을 표현하는 게 놀라웠다. 스틸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표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경계를 넘나드는 배우로 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화답했다.
김 감독은 “두분의 연기 호흡은 ‘용호상박’이었다. 김윤석 선배님은 호랑이 같았고, 지훈 씨는 용 같았다. 서로 선후배 사이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관계인데 역할 때문인지 어떤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활시위 같은 텐션 때문에 현장 스태프들이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며 배우들의 연기 열전을 예고해 기대를 모았다.
한편 감옥 안의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살인범의 자백을 유일하게 믿고 사건의 실체를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아이러니한 만남과 충돌을 통해, 기존 범죄 장르의 통념을 깬 신선한 재미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 인간미 감도는 수사극을 선보일 영화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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