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상가건물 임대계약 보장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합의, 상가 임대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세상인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진단과 임대인의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울러 임대계약 보장기간 확대를 앞두고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 재계약하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큰폭으로 올려 임대료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상가 임대계약 보장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을 개정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곧 법안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간도 계약 종료 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날 전망이다.
상가임대차법이란 영세 상인들의 생업 종사를 돕고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막아 세입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여야가 상가임대차법 손질에 분주하게 나서게 된 데는 최근 발생한 '궁중족발 사건'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이는 지난 6월 상가 월세를 4배가량 올린 건물주에게 임차인이 둔기를 휘둘렀다가 구속된 사건으로, 이후 악덕 임대인의 임대료 상승 행위를 막고 임차인을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형성됐다.
하지만 상가 임대계약 연장은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고, 상가마다의 상황도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가 임대계약 보장 기간 연장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업종이나 실물경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장사를 시작한지 보통 3~4년 정도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보장 기간이 5년이 아닌 10년으로 늘어나면, 소상공인이 더욱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10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계약 종료시점에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미래 인상분을 미리 반영할 경우 당연히 임대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관련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전 상당한 논란과 분쟁 발생이 예고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상가임대 계약보장기간을 늘리는 것은 공감할만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간을 2배로 늘리는 것은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 임차인을 보호하되 임대인에게도 10년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금융지원정책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 권리금 회수 기간 확대와 관련, 지나친 권리금의 법적 보호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권리금은 매년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법적으로 인정할 경우 임차인과 임차인간, 임차인과 임대인간 분쟁이 증폭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계약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면 다음 순서의 임차인이 더욱 늘어난 권리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렇다고 세입자간의 문제인 권리금 책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10년만큼 연장된 기간에 비례해 권리금을 감가상각하는 방안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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