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43일 만에 우승을 차지한 이정은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직후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정은이 올해 첫 우승 갈증을 씻어낸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정은은 2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배선우(9언더파 279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은은 “전반에 페어웨이를 너무 잘 지켜 잘 풀렸는데, 후반에 체력 소모도 많았고 긴장도가 높아져 위기가 많았다”며 “위기를 막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해 쳤다. 마지막 홀을 버디로 끝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정은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미국 무대 진출을 노리며 해외 대회를 병행한 탓도 있었지만, 대회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이 대회 전까지 준우승만 세 차례. 지난해 뛰어난 성적에 따른 부담감도 심리적인 발목을 잡았다.
이정은이 이날 흘린 감격의 눈물에서도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담겨 있었다. 이정은은 “작년에 많은 상을 받고 올해 부담이 있었는데, 그런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 같다”며 “부담을 조금 버릴 수 있어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우승까지 이룬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이 이번 대회 우승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기 때문. 이정은은 “모든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은 대회이고, 메이저 대회의 어려운 세팅을 이겨내고 우승을 이뤄 눈물이 나온 것 같다”면서 “작년과는 달리 우승이 너무 간절해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하는 게 느껴졌다. 작년으로 되돌아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즌 첫 우승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 이정은은 국내 2개 대회를 건너뛰고 13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장기인 드라이브 샷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이정은은 “샷감도 많이 돌아오고 있고, 좋은 컨디션으로 LPGA 대회를 뛰면 어떤 성적이 나올지 스스로 궁금하다”며 “에비앙 대회가 열리는 곳도 처음 가보기 때문에 궁금하다. 잘하고 오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평균타수 부문 1위에 올라섰고, 상금왕 2연패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이 대회 우승 상금 3억5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상금랭킹 9위에서 3위(6억7625만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정은은 “에비앙 대회 이후에도 상금 차이가 크지 않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2승을 위해 남은 대회 최선을 다하면서 평균타수 1위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보너스로 자신에게 특별한 상을 줬다. 한 라운드 노보기 플레이를 할 때 허락했던 ‘콜라’와 우승을 하면 먹을 수 있는 ‘라면’ 보너스다. 콜라는 이 대회 2라운드에서 노보기 플레이를 펼쳐 시원하게 마셨다. 이젠 라면 차례. 이정은은 “라면을 너무 좋아하는데, 우승을 하면 라면을 먹겠다고 약속했다”며 “오늘 밤 몇 개월 만에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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