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는 길'은 식민지시대부터 북새통이었다.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가 1924년에 낸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에서 묘사한 분위기도 그랬다. 인도는 당시 원자재 공급원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영국인들에게 인도는 동경과 호감의 대상이자, 정복해야 할 땅이었다. 다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질서의 세계, 인도는 여의치 않은 표적이기도 했다.
인도가, 탐내는 이는 많지만 정복하기 어려운 땅인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 미국 다음 가는 세계 3위 경제국(세계은행 통계)으로 떠올랐다. 웬만한 다국적기업 가운데 인도 진출을 꿈꾸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지만, 이제껏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조차 인도에서는 '1% 클럽'으로 통한다. 글로벌 매출과 순이익에서 인도가 기여하는 비율이 기껏해야 1%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인도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그야말로 '미지의 땅'으로 되살아났다. 생활수준과 함께 스마트폰 보급률이 날로 높아지면서다. 블룸버그는 최근 인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게 인터넷 소매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 인터넷 경제 규모가 2020년엔 2500억 달러(약 278조원)로 지금의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인터넷 컨설팅업체 레드시어(RedSeer)에 따르면 인도 전자상거래시장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올 들어서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레드시어는 지난해 530억 달러 규모였던 인도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07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세계에서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빠른 나라로 인도를 꼽았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다국적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상대적으로 빨리 움직였다. 아마존이 인도에 처음 진출한 게 2013년 6월이다. '인도 최대 온라인 상점'이라고 주장하는 아마존은 최근 현지에서 대형 슈퍼마켓 체인, 소매 대기업 등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경쟁자인 월마트는 지난달 인도에서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알려진 플립카트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5월 플립카트 지분 77%를 16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되는 등 역풍이 만만치 않았지만 월마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인도에 대한 첫 직접 투자에 나섰다. 버크셔는 지난달 말 인도 최대 전자결제회사 페이틈(Paytm)의 모회사인 원(One)97커뮤니케이션 지분 3~4%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사이트 '페이틈몰'을 운영하는 페이틈은 '인도판 아마존'을 꿈꾸는 기업으로 통한다. 페이틈이 구글과 함께 인도 슈퍼마켓 체인 퓨처리테일 지분을 인수해 아마존과 맞설 것이라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아닐 쿠마르 레드시어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아마존, 월마트, 버크셔 등의 경쟁을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주'라고 풀이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같은 안정적인 시장에 비해 인도에는 움직임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쿠마르는 인도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존 소매시장에도 완전히 스며들지 못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소매업체의 합병이 한창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기존 소매업체들은 기껏해야 대도시 고소득층만 상대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시골이나 소도시엔 아직도 엄청난 기회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지역은 중국에서처럼 전자상거래업계의 별천지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다만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을 토종업체인 알리바바가 장악했다면,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고 대개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쿠마르는 "인도 소매시장이 유례없는 규모로 디지털화하면서 인도 구석구석이 바뀔 것"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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