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아직도…강제성 없는 상생협약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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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8-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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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권의 임대료 상승에 따라 저소득 임차인이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되고 있지만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자치구 주도의 상생협약은 강제성 없는 권고안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는 지난 6월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익선동 한옥거리 등지에서 ‘상가건물 임대차 상생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 문서에는 임대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규정을 준수해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의 재계약 요청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협력토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 있다.

구가 취한 특단의 조치에도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오름세다. 종로3가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I중개업소 대표는 “1층 전용면적 59㎡ 점포 임대료가 예전에 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500만원정도다. 1.5배정도 뛰었다”며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어 임차인들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중개업소 대표는 “우리도 계약서 쓸 때 건물주에게 상생계약서 조항을 지켜달라고 얘기하지만 세상에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옥거리로 유명했던 익선동에는 옛날 점포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인근 점포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왔다는 모 한복점 사장은 "여긴 원래 바느질하던 사람들이 살던 골목인데, 이제 한복점은 다 사라지고 나 혼자 남았다"며 "아직은 건물주가 아무말이 없으니 남아 있지만, 월세 많이 받아야겠으니 비켜달라고 하면 나가야지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거리[사진=윤지은 기자]


익선동보다 먼저 상생협약을 맺은 해방촌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해방촌 내 M중개업소 대표는 “해방촌이 반짝 주목을 받으면서 월세도 두 배가량 올랐다”면서 “예전에 월세 50만원~60만원 받던 가게가 120만원~130만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소재의 C정육점 사장은 “전세 4000만원에 들어와 있는데 건물주가 가게를 빼달라고 해서 곧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신흥시장 내 상가운영회장 박모씨는 “세를 놓으면 못해도 월 100만원은 받을 수 있으니 내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정육점이 문을 닫으면 신흥시장에 남는 옛 가게는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I상회, 신흥시장 초입의 S횟집뿐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용산구, 건물·토지 소유주, 임차인 등과 함께 ‘신흥시장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지만 해방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박씨를 위시한 몇몇 상가주인들이 월세 동결을 위해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박씨는 “앞으로 신흥시장이 정비되면 월세가 더 많이 오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서울시는 해방촌을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10억원을 들여 노후 지붕을 철거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등 신흥시장을 재단장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신흥시장 정비는 초기 단계지만, 시장이 계획대로 살아날 경우 임대료가 더욱 상승할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해방촌 신흥시장에는 옛 가게와 새로 들어선 점포가 공존하고 있다.[사진=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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