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당시 이 은행의 자산은 6390억 달러, 부채가 6190억 달러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5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역대 최악의 폭락장 기록을 세운 2001년 9·11테러(684포인트)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리먼쇼크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신호탄이었다. 전문가들은 2007년 8월 9일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점으로 본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중단한 날이다.
물론 리먼쇼크는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BNP파리바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줬다. 리먼쇼크 전후로 유수 대형 금융업체와 비금융기업이 무너졌지만, 대다수가 금융위기 하면 리먼쇼크를 떠올리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리먼쇼크를 목도하고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2014년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2008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긴급회의를 각각 8회, 6회 소집하며 '과잉대응'의 부작용을 먼저 걱정했다. 연준은 같은 해 12월에야 유례없는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하고 공격적인 통화부양에 나섰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비이성적 과열',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호황이 한창일 때 신용수준이 낮아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내준 주택담보대출이 화근이 됐다.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월가 대형은행들은 한 술 더 떠 이 부실채권을 모아 만든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위험을 키웠다.
리먼쇼크가 10주년을 맞았지만, 위기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10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으로 '정크본드'가 꼽힐 정도다. 정크본드는 투자부적격(투기) 등급 채권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과 다를 게 없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푼 경기부양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대거 몰린 것이나, 미국 증시가 2009년 이후 줄곧 강세장을 뽐내고 있는 것도 위험을 감수한 시장의 고수익 기대감을 방증한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을 거론하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의 고립주의와 일방주의 공세로 패권국이 사라진 'G-제로' 시대엔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당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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