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막대한 ATM 수수료로 인해 적자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에 690억400만원의 수수료를 지출했다. 작년 상반기 수수료 비용은 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서비스 시작 전이라 단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굳이 계산하면 138배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수수료 수입이 400억7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수수료로 인한 손익 차이가 약 300억원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 수수료는 85억85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9억8000만원)과 비교했을 때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수수료 이익은 32억7200만원에 불과했다. 수수료 손실만 53억13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수수료 손실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금융자동화기기(CD 및 ATM)에서 출금과 입금, 이체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점포가 없다. 고객과의 접점 확보를 위해서는 ATM기기의 사용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 출범 초기 손해를 감소하면서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운 이유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는 119억9200만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고, 케이뱅크도 395억48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숫자만 보면 무료 수수료 정책을 폐지할 경우 카카오뱅크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 케이뱅크도 적자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케이뱅크는 기존 수수료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해관계가 있는 ATM에서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내년 6월 30일까지 전 ATM기기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전국 11만4000대 ATM의 이용 수수료를 없앴고, 올해 1월에는 전국 모든 ATM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은 올해 6월 말까지였으나 서비스 지원 차원에서 이를 연장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전 ATM기기 무료 정책을 변경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주주사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편의점 ATM과 우리은행 ATM에서만 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타 은행 ATM을 이용할 경우 700~8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흑자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체 수수료와 ATM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줄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산 성장과 연관이 있어 연내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수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고객유치를 위해 이체와 출금, 해외송금 등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향후 일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인상이나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등 수수료 사업을 확대해 손실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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