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벌이다 정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정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를 거듭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수혁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상정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야당의 거부로 무산된 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동의를 거쳐 비준하면 그 자체로 북한에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효과가 있고 다음 주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남북 정상회담이 있는 만큼 긴급히 상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비핵화 하자는 게 판문점 선언인데 이에 동의를 안 해주면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건 자기모순"이라면서 "강 건너 마을 가자면서 다리를 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통위에서 상정조차 하지 않으면 충분한 이행을 위한 비용 등을 물어볼 기회마저 없어진다"며 "상임위에서 상정하고 본회의에 넘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당초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는 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자고 해서 천천히 준비해 제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논란 끝에 제출됐다"며 "국회법에는 졸속 처리를 막기 위한 숙려 기간을 두고 있는 만큼 오늘 급히 상정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 의원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의 부실한 비용추계를 문제삼았다. 그는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고 무성의하다"면서 "비준동의안을 국회가 심의하는 가장 중대한 이유는 국민의 재정적 부담에 있는데 정부는 부실한 재정 추계서로 무책임하게 계약금만 걸고 통째로 비준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판문점 선언이 아예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을 요하는 조약에 준하는 구체적 권리나 의무 발생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법적 합의문이라기보다 이를테면 신사협정 같은 것"이라면서 "국회 비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맞는 비준 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받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야당에서 반대할 것이 명확한데 정부가 무리하게 제출하고 여당에서 상정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도대체 무슨 저의냐"면서 "비준동의안이 부결되면 판문점 선언이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사서 분란을 야기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외통위는 이날 2018년도 국정감사 계획서를 채택했지만, 국감 증인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의결하지 못했다.
여당과 민주평화당 등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북한산 석탄 수입 문제와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영문 관세청장 등을 요구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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