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가 생기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 사회에 만연한 인공지능(AI)에 대한 포비아(공포증)를 없애야 한다.”
최갑근 건양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14일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 조찬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AI로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하는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에 미국·영국·중국 등은 (관련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AI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알파고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도되면서 사회에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고, 기술자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일종의 AI공포증까지 생기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AI서비스는 우선 관련 서비스를 먼저 기획하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갖춘 뒤 기술적으로 잘 사용되도록 가공·정제하는 발전 과정을 거친다”면서 “국내 리걸테크는 데이터를 갖추는 단계에서부터 각종 규제에 막혀있기 때문에 아직 발전 궤도에 들어서질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AI에 대한 관심과 기술이 과학기술은 물론 의료·행정·법률 등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AI기술은 규칙기반 시스템과 달리 기계학습과 딥러닝을 통해 학습 능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차츰 안정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리걸테크 분야에서는 법률검색·상담·법률서식 작성 등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이며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우리보다 리걸테크가 앞서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로 인한 규제개선, 기술적 고도화를 이뤘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비스를 보편화하려면 기술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와 담론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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