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백스페이스 누른게 불법?" vs 김용진 차관 "비정상적 특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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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9-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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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위, 심재철 '비인가 정보 열람' 두고 '2차 공방전'

  • 김용진 차관 "백스페이스 자체가 비정상적 접근"

  • 심재철 "세금 사적 사용 해도 되냐" 난타전 예고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을 향해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청와대·정부의 예산정보 수십만 건을 불법 열람·보관했다며 범죄행위라고 비난하자 심 의원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디브레인)'을 통한 비인가 행정정보 열람 논란을 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차 공방전을 벌였다. 심 의원의 정보 접근 방식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받던 중 '백스페이스 사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 의원이 "세금을 사적으로 사용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면서, 향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이날 여야 간 고성 공방으로 한 차례 정회된 후 재개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김 차관을 상대로 "조회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곳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했다는데 저는 정상적으로 접근했다. 백스페이스 누른 거 자체가 비정상적 불법 행위라는 거냐"고 물었다. "백스페이스를 눌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다 웃는다. 타이핑하다가 오타 나면 백스페이스를 누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열린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자료를 확인한 것을 가지고 불법이라는 건 명예훼손이자 무고죄"라면서 "비인가 정보라고 주장하는데 기재부에서 인가받은 아이디로 접속했고, 비인가인지 인가인지 아무런 공지사항이 없었다. 우린 정상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회의원으로서 확인하려고 하다가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료 사용 여부에 대해 문책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문책 당해야 하는 건 정부 기관이다. 야당 겁박해서 입을 막고자 해선 안 된다"면서 "뭔가 대단히 구린 국민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차관은 "비정상적인 접근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라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과 관련해 기재부는 이미 위법이라 판단해 고발한 상황"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차관은 "의원실에 (재정정보원 직원이) 어떻게 접속할 수 있었냐고 물었는데 그 절차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면서 "거기에 대해 그냥 보인다, 그냥 들어간다고만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10년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1400명의 사용자가 한 번도 접근하지 못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조작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지만, (백스페이스를 눌러서 비인가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건 어렵다. 경위 자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스페이스 사용 논란은 김광림·추경호 한국당 의원과 김 차관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백스페이스를 누를 때마다 '이것 누르지 마십쇼, 만약 누르면 이런 법, 이런 법 위반입니다' 이런 경고메시지가 뜨냐"면서 "김광림이 (디브레인에 접속해서)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위법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상식적으로 기재부가 정권에 대해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양심껏 할 것이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차관이 답변하는 것을 보고) 검사님이 앉아계신 줄 알았다"면서 "차관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 발표 결과에 따를 겁니다 정도가 맞지 위법이라고 말하는 거 듣고 있으니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 차관은 "개별 키 하나 누를 때마다 그것을 (경고할 순 없다)"면서 "사용하는 방법을 벗어나 (백스페이스를) 두 번 누르는 거 자체가 비정상적인 접근방법"이라고 맞섰다. "어떻게 접속했느냐를 두고 정상이냐 정상적이지 않냐는 것조차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기재부 1차관 출신인 추경호 의원은 △비공개 자료가 열렸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 △사후 기재부 및 청와대 보고내용 △기재부 내 회의내용 △검찰 고발에 대해 판단하게 된 경위 △고발하자고 지시한 사람 △지시하게 된 경위 등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추 의원은 "아주 대단한 세계 최고 해커도 아닌데 어떻게 접근했을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겠다고 의심을 해보진 않았나"라고 질의했다. 또한 "정보에 접근하면 정보에 공개, 비공개가 표시돼 있냐"면서 "일반적으로 아이디를 발급받아서 자료를 보는데 정보에 따라 공개, 비공개가 표시되냐"고 물었다. 
 
아울러 "국가 기밀이나 중요한 정보라면 접근도 안 되게 해야 하지만, 설사 누군가 봤더라도 다운로드는 안 되게 시스템을 걸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안망의 허술함을 거듭 지적했다.
 
김 차관은 "비공개 문건 접근방식이 진짜 우연인지, 전문가가 한 것인지, 그야말로 계속 시도해서 뚫은 것인지 검찰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는 열려 있던 자료가 아니"라면서 "특별한 조작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에 접근한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 의원실에서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면서 "정보에 공개, 비공개 표시가 안 됐더라도 저희는 충분히 심재철 의원실에서 (비공개 정보라는 것을) 다 알고 접근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위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심 의원실은 기재부가 예산정보 무단 유출 혐의로 심 의원의 보좌진을 고발하자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디브레인 접속 시연회를 열어 자료 입수 과정을 공개했다.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아이디로 접속해 자료를 확보했을 뿐 해킹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심 의원실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존재하지 않는 부처의 예산을 검색하니까 에러페이지가 떴다. 여기에 백스페이스를 누르니까 안 보이던 창이 열렸고 '공유 폴더'로 들어가니까 카드 사용 내역 등 지출 지급 내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이는 항목이니까 눌러서 자료를 본 것"이라면서 "여기에 기재부의 어떤 고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두발언 하는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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