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 경제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렸지만, 저금리 성향인 자신은 이번 결정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2~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올 들어 3번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번째 인상이다.
연준은 이날 향후 금리인상 행보도 예고했다. 연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고, 내년에는 3차례, 2020년에 한 번 더 인상한 뒤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FOMC 결과를 예상했다. FOMC 성명과 연준 위원들의 경제·금리 전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회견 발언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덜 공격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비판한 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가진 회견 중에 "우리는 한 국가로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그들(연준)이 막 금리를 약간 올렸다. 이는 우리가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인데, 나는 그게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저금리 성향(low interest rate person)'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차라리 부채를 갚거나 다른 일을 하거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며 "그래서 나는 그들이 금리를 올리길 좋아한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으로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연준이 경제를 질식시키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달러값을 띄어 올리는 금리인상이 못 마땅하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반기를 들었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 이후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6차례 인상했다. 트럼프의 지명으로 올 2월 취임한 파월 의장은 3월, 6월에 이어 이날까지 3번이나 금리를 올렸다.
대다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1913년 의회에 의해 탄생한 연준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 정치적 압력을 받은 적이 없지 않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정치적 독립성이 확고해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연이은 연준 비판으로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해 통화정책을 거론하지 않는다는 20여 년 된 원칙을 깬 셈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에는 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저금리 정책이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탁한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을 떠받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파월 의장이 자신을 발탁한 트럼프의 입김에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연준의 수장으로서 내내 '정치적 독립성은 연준의 DNA'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도 미국 중앙은행은 오로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책무에만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압력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정치적인 요인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비판하고 있지만, 역사적인 기준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아직 낮은 수준이고 과거 경기확장기에 비하면 금리인상 속도도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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