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실제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실습을 한다는 간호대생의 폭로가 나오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이 실제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실습을 하는 대학이 총 7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한 간호사 익명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제보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보자는 모 대학 간호학과에서 관장실습을 하는데 제비뽑기를 통해 조에서 한 명씩 뽑아 실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제비뽑기에서 걸리면 자신의 항문을 동기에게 보여주는 상황이라며, 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해당 글에는 4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다수가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악했지만,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도 있었다. 반면 간호대생이라면 사명감으로 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존재했다.
관장은 의학적인 목적으로 항문을 통해 약물을 장 내에 주입하는 시술을 말한다. 보통 수술이나 분만 등을 위해 실시하는데, 보통 모형을 통해 실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제보글을 포함한 댓글에는 실제로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실습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여럿 있었다. 심지어 치질이 있거나 생리 중인 학생이 있어도 휴지로 막고 진행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수치감과 불쾌감이 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관장실습뿐 아니라 상의를 모두 탈의하고 실시하는 침상목욕과 코로 고무관을 집어넣는 엘튜브(L-tube)실습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침상목욕은 환자의 상의를 벗기고 몸을 닦아주는 것을 말하며, 비위관 삽입인 엘튜브는 1m 정도 되는 길이의 고무관을 콧구멍으로 밀어 넣어서 위 속으로 삽입하는 것을 뜻한다.
음독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위장을 헹궈 내거나 위 속 내용물 배액, 입으로 뭔가 삼키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에게 약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의료행위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간호사 사조직인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나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학생 대상 관장실습은 이해할 수 없는 인권침해 문제”라며 “침상목욕 역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 몸을 닦아주는 것으로,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어 커텐 등으로 잘 가려주고 물‧실내 온도를 차갑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이 수치심을 느끼며 굳이 해야 하는 실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조사와 진술 등을 토대로 여건이 갖춰진다면, 국가인권위원회 고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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