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死後)’ 책임지는 사회…상조 가입자, 5년간 200만 명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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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8-10-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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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척‧이웃 도움 주는 장례문화서 개별 책임 강조

  • “자식한테 부담 주기 싫어요”…부모 세대 인식 변화도 한몫

 

[이미지=최성운 기자]


상조 가입자 500만명 시대다. 누구나 한번씩 거쳐야 하는 장례를 미리 준비하자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상조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상조업체 수는 급격한 감소세다. 관리 당국이 부실 업체를 과감히 퇴출하고, 설립 조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지난 5년간 절반 이상 줄었다. 상조업체 감소에도 가입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고인이 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짐을 남기기 싫어하는 분위기와 직계가족 선에서 책임지려 하는 장례문화 변화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300만명 수준이던 국내 상조 가입자는 5년 만에 200만명 가까이 증가하면서 올해 3월 기준 516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조업체 수는 300여 개 수준에서 150여 개로 줄었다. 업계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별도로 상조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장례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장례가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동네 이웃까지 발 벗고 나서 돕는 ‘공동 책임’의 사건이었다면, 이제는 사후(死後)를 스스로 책임지거나 직계가족으로 책임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분위기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장례도 개인 또는 직계가족의 책임이 커졌고, 그 대안으로 상조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시각이다.

장례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 보니 상조 상품에 가입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부모의 장례를 갑작스럽게 준비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자식 세대가 상조 서비스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부모 세대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 상조업체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요즘도 상을 치르면 지인들이 조의금을 내기는 하지만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고, 보통은 장례 절차를 알기 어려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상조 상품을 가입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며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장인들이 부모의 사후를 대비하거나,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이야기 안 하고 상조회사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음성화돼 있던 상조 가입자의 양성화도 가파른 상승세에 한몫했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에서 상조회를 운영해 직원들을 가입시키고, 경조사를 챙겼다면 최근에는 상조회를 해체하는 분위기다. 조직적으로 상조회 운영비를 걷어가는 방식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고, 상조 상품 가입도 개인 판단에 맡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셈이다. 개별 상조회 가입자는 공정위 통계에 잡히지 않았는데, 상조회 가입 직장인들이 등록 상조업체로 이동하면서 통계적 가입자 수도 증가했다.

상조 수요 증가에 맞춰 관련 제도 또한 개선되고 있다. 상조업체의 폐업으로 선수금을 떼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이나 조합에 예치한 50%의 선수금 관리가 강화됐고, 영세‧부실 업체 난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등록업체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했다. 내년 1월까지 자본금을 상향하지 못한 업체는 상조 등록이 취소된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건실한 상조회사들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상조 상품에 대한 안전성이 강화되고, 전반적인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정석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장은 “상조 가입자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와 사회 분위기 변화, 개별 기업 상조회 해체, 상조 업체의 마케팅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소비자들도 미리 장례를 준비하자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상조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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