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약 4년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계약에 성공했다. 수년간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국내 조선사들이 이번 수주를 계기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일 해외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미국 석유개발업체 엘로그와 킹스키(King`s quay)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서명식에는 가삼현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과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대표 등이 참석했고 엘로그 측에서는 필립 르죈 CEO와 릭 파울러 COO 등이 자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양플랜트 사업 중 규모가 큰 공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대중공업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를 따낸 이후 47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수주는 지난 8월 나스르 프로젝트 인도 이후 일감이 없어 가동을 중단했던 해양플랜트 사업본부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주 후 생산설계 등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실제 도크의 일감이 되기 위해선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해양플랜트 사업부 유휴인력 문제에 대한 당장의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이번 수주로 올해 수주 목표인 148억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룹 조선 3사는 지난 3분기 말까지 조선 부문에서만 104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번 수주가 더해지면 올해 수주목표 대비 약 74%를 달성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수주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수주목표(73억 달러) 대비 63%인 46억달러, 삼성중공업은 목표(82억 달러) 대비 57%인 47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해양플랜트를 연내 수주하지 못한다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우조선은 현재 미국 셰브론이 발주한 로즈뱅크 프로젝트에서 셈코프마린과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인도 에너지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가 발주하는 릴라이언스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엘로그는 올 초부터 수의계약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싱가포르 셈코프마린 등 신흥 강자들에게 해양플랜트 일감을 빼앗기던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이번 수주를 계기로 만회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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